[책의 향기]낯선 땅의 여행자, 또다른 나와 만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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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권지예 지음/336쪽·1만4000원·은행나무

낯선 땅 쿠바. 글을 쓰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 한국인 여성 작가 모니카(세례명)에게 자신이 머무는 임대아파트의 관리인 베로니카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화장실 천장에서 도마뱀 새끼가 어깨에 떨어지고, 자두 크기의 바퀴벌레를 침실에서 보면 그 불청객이 절실하다. 중요한 일이라고 집착하지 말라고, 그럴수록 춤출 때처럼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으라는 인생조언도 얻는다. 그렇게 의지하다가도 현금 300쿡(35만 원)이 없어졌을 때 베로니카를 의심한다. 한국에 돌아와 쿠바에서 산 헌책 안에서 그 돈을 찾았을 때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1997년 문예지 ‘라쁠륨’으로 등단해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10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여행을 소재로 묶은 작품들은 여행에서 겪는 일상의 이면을 다룬다. 이를테면 은혼식을 맞아 패키지여행을 떠난 부부가 매일 붙어 다니면서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그간 덮어둔 감정들 말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베로니카의 눈물#권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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