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취재진 피해 냉장고 숨어 구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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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운명 가를 조기총선… 13일 새벽 과반달성 여부 윤곽
잇따른 기행에 보수당 조마조마… 당내 “지도력 의문” 싸늘한 시선

“유럽연합(EU)을 떠나든 남든 이제는 불확실성을 끝내고 싶어요. 비가 오는데도 투표하러 나온 이유죠.”

12일 오전 10시 반 런던 시내 웨스트민스터 일대 투표소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30대 여성의 말이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운명을 가를 조기총선이 치러진 이날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줄을 섰다.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치열한 지지율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보수당이 하원 650석의 과반을 차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보수당이 과반 획득에 성공하면 보리스 존슨 총리가 주창하는 대로 내년 1월 31일 EU 탈퇴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이번 총선을 또 다른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웨스트민스터 일대에 위치한 여야 청사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보수당 청사 앞에서 만난 관계자는 ‘과반을 자신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모르겠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전체 국민의 52%가 EU 탈퇴에 찬성했다. 하지만 보수당이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잇따라 부결되면서 3년 반 넘게 시행이 미뤄졌다. 올해 7월 말 취임한 존슨 총리도 자신의 합의안이 줄곧 부결되자 조기총선 카드를 빼들었다. 과반을 확보해 안정적인 정국 운영 동력을 확보한 후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BBC 등에 따르면 보수당은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존슨 총리의 잇따른 기행 등으로 그의 지도력에 의문을 나타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는 11일 중부 리즈의 한 우유 배달 업체를 찾아 선거 유세를 펼쳤지만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우유 보관 대형 냉장고에 숨어 구설에 올랐다. 브렉시트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선거 외적인 요인 때문에 존슨 총리가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면 25일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 내년 1월 EU 탈퇴가 가능하다. 반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브렉시트는 기약 없이 미로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노동당은 보수당이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 야당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브렉시트 안을 만들거나 국민투표를 또다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쌀쌀한 날씨와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시기적 특성도 변수다. 크리스마스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데다 방학이 시작돼 대학생 유권자들이 빠져나가면서 2017년 6월 조기총선(68.7%)보다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 결과 등 대략적인 선거 결과는 투표가 끝나는 1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13일 오전 5시) 이후에 나온다.

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 조기총선#유럽연합#브렉시트#보리스 존슨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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