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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풍’에 대학가도 들썩… 지적학과 정원 올해 2배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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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풍’에 대학가도 들썩… 지적학과 정원 올해 2배로 증가

박재명 기자 입력 2019-12-12 03:00수정 2019-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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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신구대 지적부동산과 학생이 지적 측량 실습을 하고 있다. 지적학과는 최근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인력 수요 증가로 신입생 정원이 많이 늘어난 학과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대학지적학과교수협의회 제공
“혹시 계산을 잘못한 것 아닌가요?”

지난달 중순 2020학년도 신입생 정원을 집계하던 전국대학지적학과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전년도 입시에서 전국 3개 대학 약 87명(학부 입학 포함)에 불과했던 전국 4년제 대학의 지적학과 신입생 정원이 5개 대학 약 167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지적학과가 설치된 청주대(약 30명·사회과학부로 모집), 목포대(27명), 경일대(30명) 외에 대구대와 신한대가 각각 정원 40명 규모의 부동산지적학과와 토지행정학과를 올해 신설했다. 대학가에서는 특정 분야 학과의 신입생 수가 1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지적 분야’ 인력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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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地籍)은 토지에 관한 여러 정보를 기록한 것이다. 위치와 넓이, 형질, 소유 상황, 지번, 경계 같은 정보다. 사람에게 발급되는 주민등록증과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 법과 제도 및 측량 등을 배우는 곳이 지적학과다. 수년 전부터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기존 학과를 통폐합한 후 지적 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11일 전국대학지적학과교수협의회에 따르면 학부제로 정원 30명 안팎인 청주대 지적학과 출신 학생 중 올해만 공무원 28명, 관련 공기업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14명이 취업했다.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자 수가 입학 정원보다 많은 것이다. 목포대 지적학과 출신 중에선 올해 공무원 취업자가 54명에 달했다. 4년제뿐 아니라 입학 정원이 70명으로 가장 많은 신구대, 명지전문대 등 전문대학도 공무원 취업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적 관련 공공 일자리 수요가 늘어난 것은 지적 재조사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지적을 재조사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전 국토의 14.8%인 542만 필지가 재조사 대상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려면 지적산업기사 이상 관련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 전문대 이상 관련학과 졸업이 필수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에 크게 늘어났던 기존 지적직 공무원(약 8000명) 퇴직 시기가 다가온 것도 취업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박희주 지적학과교수협의회장(신구대)은 “일반 기업에 취업한 지적학과 졸업자까지 공무원 및 공공기관에 재취업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지적학과의 취업시장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공공 일자리 확대’ 맞춰 정원 증가

공무원 배출이 많은 학과의 정원이 늘어나는 현상은 지적학과처럼 전체 규모가 작은 곳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소방과 경찰 등 입학 정원이 많은 기존 학과도 최근 신입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의 4년제 대학 소방 관련 학과 신입생 정원은 2018학년도 1423명에서 2020학년도 1584명으로 2년 동안 161명(11.3%) 늘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정원이 줄어드는 국내 대학입시의 일반적인 추세와 반대인 셈이다. 2년 전 정원이 3472명이던 경찰 관련 학과 역시 올해는 3547명을 선발하면서 정원이 2%가량 늘었다. 조선대는 올해 30명 규모의 소방재난관리학과를 새로 만들었다. 조선대 관계자는 “소방 직군이 갈수록 각광받는 데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특정 직군의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요가 많아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조선대는 정원 확보를 위해 물리학과, 한문학과 등을 폐과했다.

이들 학과의 정원 증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예고됐다. 2017년 10월 발표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5년 동안 소방 2만 명, 경찰 2만3000명을 늘리기로 했다. 대학들이 이 시기부터 관련 학과 정원 확충에 나서면서 2019, 2020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정원 증가가 이뤄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 사립대 소방학과 교수는 “지방 대학들은 이미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라 생존을 위해서라도 소방 등 인기학과 위주로 대학의 구조를 바꾸는 중”이라며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공무원 관련 학과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공무원#지적학과#공공 일자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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