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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조언[이은화의 미술시간]〈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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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조언[이은화의 미술시간]〈89〉

이은화 미술평론가입력 2019-12-12 03:00수정 2019-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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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하삼 ‘해질 무렵’, 1885∼1886년.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19세기 미국 화가 차일드 하삼은 프랑스 유명 화가의 말 한마디에 도시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됐다. 이 그림은 그가 처음으로 그린 도시 풍경화다. 도대체 프랑스 화가가 뭐라고 했기에 그는 이런 겨울 풍경화를 그린 걸까?

그림 속에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눈 쌓인 공원을 걷고 있다. 최신 유행 옷을 입은 엄마와 아이들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새 떼를 구경하고 있다. 높은 건물들과 차들로 채워진 분주한 도로의 모습은 석양에 물든 한적한 공원과 대조를 이룬다. 그림은 그의 작업실 근처 보스턴 코먼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1634년에 만들어진 보스턴 코먼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다. 원래 소를 방목하던 들판이었으나 이 그림이 그려지던 무렵 시민 공원으로 새 단장했다. 같은 시기 조용한 주택가였던 공원 옆 거리도 빌딩이 들어선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건물은 물론이고 거리의 전차와 가로등, 울타리도 모두 새로 정비됐다. 화가는 개발이 진행 중인 보스턴 중심가의 모습을 통해 변모하는 미국 도시의 활기찬 모습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당시 26세였던 하삼은 삽화가에서 화가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었다. 그는 1880년대 중반부터 도시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순전히 프랑스 화가 장레옹 제롬의 조언 때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당신이 보는 것을 그려라. 브루클린 다리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가치 있고, 현대의 미국이 고대의 장식품들보다 훌륭하다는 확신을 가져라.” 제롬 스스로는 전통을 고수한 신고전주의 화가였지만 프랑스 미술을 추종하던 미국 화가들에겐 자신만의 주제를 찾으라고 했다.


거장의 진심 어린 조언은 하삼의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이후 그는 프랑스 유학을 통해 인상주의를 배웠지만 추종자가 되진 않았다. 인상주의 화풍에 영향은 받았지만 그는 평생 자신이 속한 사회의 풍경을 그리는 미국 화가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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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하삼#해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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