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기업가치 2조달러는 돼야” 사우디, 기관-개인 큰손에 투자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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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주식시장 거래 시작, 가치 1조7000억달러… 목표 못미쳐
부호들, 정부에 밉보일까 주식 구입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 달러(약 2389조 원)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자국 투자기관과 부호들에게 아람코 주식 구매를 강요하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아람코 주식 거래 시작(11일)을 앞두고 기업 가치가 1조7000억 달러(약 2030조 원) 정도여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사진)가 주장해온 2조 달러에 못 미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나온 움직임이다.

FT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업 가치가 2조 달러라는 기존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 측 한 관계자는 “현재 모든 것이 어떻게 2조 달러를 달성하느냐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정부 관할 아래 있는 ‘큰손 투자기관’인 사우디국부펀드(PIF)와 공공연금공단 등에도 아람코 주식을 대거 구매하게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국 내 유명 기업인과 왕실 인사 등 부호들에게도 아람코 주식을 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위 계승자에 오른 뒤 5개월 만인 2017년 11월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턴호텔에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감금됐다가 충성서약을 하고 일부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뒤에 풀려난 경험이 있다. 섣불리 정부의 아람코 주식 구매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사우디 부호의 업무를 지원하는 한 인사는 “부호들은 (아람코 주식을 사는 게) 그들의 임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부호들 사이에서 아람코 투자를 거부하면 정부에 밉보일 것이란 분위기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람코 투자 강요는) 또 다른 의미의 리츠칼턴호텔 사태”라고 말했다.

현지 영문매체인 아랍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마감된 사우디 국내 개인투자자 대상 아람코 공모주 청약에는 사우디 전체 인구(약 3400만 명)의 14.6% 정도인 495만여 명이 참여했다. 사우디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재원 10만6000명도 포함된 상태다.

사우디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에는 목표 기업 가치에 못 미치는 금액(1조7000억 달러)으로도 가뿐히 시가총액 세계 1위를 달성하는 아람코의 괴력에 투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 주재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우디 지사에 근무 중인 한국 기업 관계자는 “한국인 주재원들 중에도 아람코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이들이 꽤 많고, 향후 주식 구매를 고려하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주식 상장#빈 살만 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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