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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도핑 징계, 남의 얘기가 돼야 하는 이유[현장에서/이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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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도핑 징계, 남의 얘기가 돼야 하는 이유[현장에서/이원주]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입력 2019-12-11 03:00수정 2019-12-11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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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계열의 금지약물인 주사제 네비도. 동아일보DB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성(중독성)이 있고 결국은 정신과 건강에 해를 주는 약품.’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의 특징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운동선수에게 금지약물은 일종의 마약에 해당한다. 중독성이 있고, 몸과 마음을 망치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마약이나 다름없는 금지약물을 조직적으로 사용한 러시아 선수들이 결국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이어 내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징계 내용을 만장일치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에 양심을 판 러시아는 무대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러시아는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로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의 일원으로 국기 대신 오륜기를 사용해야 했다. 국가 대신에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OAR의 일원으로 출전해야 할 처지가 됐다. 러시아는 징계를 풀기 위해 WADA에 제출한 도핑 데이터조차 조작했다. 러시아가 금지약물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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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도핑 게이트’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작지 않다. 최근 수년 사이 한국은 국가대표 선수부터 고교 선수까지 금지약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가 들썩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2015년 1월 WADA의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따냈던 메달 6개를 모두 박탈당했다. “의사가 문제없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계도핑방지규약 10.4에는 “선수에게 알리지 않은 채 주치의가 금지약물을 투여한 경우에도 선수는 주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에는 전 프로야구 선수 이모 씨가 자신의 사설 야구교실에서 고등학생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프로 지명이나 대학 진학 등을 앞둔 학생 선수들까지 금지약물의 유혹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러시아만큼 조직적이지는 않더라도 한국 스포츠가 도핑 청정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노출시켰다.

어쩌면 스포츠계에서 금지약물을 완전히 퇴출시키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일어나서는 안 된다. 선수는 극도로 경계하고 스포츠계와 당국은 무자비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 꼴찌는 박수라도 받지만 금지약물 금메달의 끝에 남는 것은 누더기가 된 몸과 더러워진 양심 외에는 없다.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takeoff@donga.com
#도핑#마약#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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