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고, 배우고, 움직여라… 제로이코노미의 생존 수칙[광화문에서/유재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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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경제부 차장
유재동 경제부 차장
의사들이 치매 예방을 위해 강조하는 원칙이 몇 가지 있다. 기존 생활습관을 바꾸고,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라는 것 등이다. 몸의 노화가 다가오는데도 게으르고 수동적으로 있다 보면 뇌세포의 급격한 손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적 노화’를 막는 방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성장률과 금리, 물가 등 경제지표가 한꺼번에 ‘제로(0)’를 향해 수렴하는 ‘제로이코노미 시대’에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불황기의 생존 수칙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꾸고, 배우고, 움직여라.’ 치매 예방의 원칙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첫째, 바꿔야 한다. 기존의 재테크 상식과 돈에 대한 관념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이제 돈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만난 투자자들은 “예금만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단언했다. 은행들은 고객에게 이자를 주는 대신 보관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 후 연금이나 은행 이자로 먹고살겠다는 것만큼 안이한 생각은 없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복리의 마술’ 따위는 잊어야 한다.

결국 고정적인 수입을 오랫동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일자리가 됐든, 수익형 부동산이 됐든 말이다. 연금만 믿고 있다가 자칫 직장에서 일찍 밀려나면 생계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요즘은 복지 선진국이라는 유럽에서도 끼니를 굶는 노인들이 생겨난다. 조만간 다시 고성장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도 바꿔야 한다. 한번 활력이 떨어진 경제는 다시 일어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둘째, 배워야 한다. 더 높은 수익을 위해 각자도생하는 지금은 누구도 나의 재산을 공짜로 챙겨주지 않는다. 스스로 금융지식을 쌓고 제로이코노미의 폭풍에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시로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각종 연금의 예상 수령액이나 수익률을 뒤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어떤 투자를 하는지도 가끔 곁눈질해야 한다. 배움의 중요성은 앞으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덴마크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저금리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아들에게 금융 조기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움직여야 한다. 요즘 같은 산업 대격변의 시대에는 조금만 나태해도 한순간에 잉여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자기 일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려면 귀찮더라도 몸을 부단히 움직여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일본뿐 아니라 보수적인 유럽 투자자들도 해외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세계 각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유 차량, 공유 부동산을 찾는 데 이어 육아용품과 가구, 신발까지도 값싼 중고품으로 쓰겠다는 소비자가 많다. 이득을 보려면 그만큼 발품을 팔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한다.

치매는 미리 공부하고 예방만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제로이코노미도 마찬가지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시대 변화를 받아들여 잘만 적응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이젠 변해야 살아남는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 노화#제로이코노미#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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