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핵은 핵으로 막아야…文정부, 美와 핵공유 고려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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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과의 핵 공유 담론을 본격 꺼낼 때가 됐습니다.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 협상 레버리지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원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통일외교학부)는 “핵은 핵으로 막아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북한이 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북핵 대응에 대한 플랜B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최근 글로벌 출판사인 ‘월드 사이언티픽(World Scientific)’을 통해 영문 책인 ‘북한 핵무기와 한반도 통일(North korean nuclear weapon and re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을 펴내기도 했다. 과거 북-미 비핵화 협상 및 앞으로 북핵 전망을 담았다. 지난주 서울 성북구 고려대의 연구실에서 만난 남 교수의 북핵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그는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원인에 대해 “문제가 평양에 있다거나 워싱턴에 있다거나 그렇게 일방적으로 탓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북-미 간에는 깊은 상호불신의 역사가 있다. 멀게는 6·25전쟁이 있었고, 짧게는 제네바 합의(1994년)가 결렬된 불신의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남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없냐, 있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사실 정책 의지는 시기와 조건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과 만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결국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반 여건이 조성돼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무력사용 가능성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결국 김 위원장을 대화란 ’링‘ 안에 묶어두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링 밖으로 나오면 재선 가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된 상황에서 너무 긴장 모드를 끌어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 3월 경 일본 열도를 지나가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남 교수는 대북 제재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전망하며, 그때 김 위원장의 대미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을 물밑 지원하는 중국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 북한이 인내할 수 있는 제재의 임계치가 올 것이다. 그때 북-미 간 협상 접점이 마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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