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말 대목에도 불황에 쓰러지는 전통 상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00시 00분


코멘트
서울 시내 노른자위 상권에서 빈 점포가 늘고 있다. 연말을 맞아 동아일보가 강남구 논현동, 중구 명동, 홍대입구 등 예전에는 선금을 주고도 상가를 구하기 어려웠던 서울의 대표 상권들을 취재해 보니 대로변 1층에도 빈 상가가 즐비했다.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고 아예 상가 권리금을 받지 않는 ‘무권리 점포’도 늘고 있다.

연말 분위기가 실종될 만큼 주요 상권들이 극심한 불황을 겪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 아예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상인들이 힘들게 새로운 상권을 일으킨 지역에선 가게가 잘된다 싶으면 임대료가 크게 올라 이를 감당 못 하는 상인들이 쫓겨나고 상권이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통 상가들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쇼핑 등 소비·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년 78조 원에서 작년 114조 원으로 매년 20∼40%씩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은 매출이 2015년 1조 원에서 올해 6조 원으로 급증했고, 온라인 식품판매업체 마켓컬리는 2016년 매출 174억 원에서 작년 1571억 원으로 2년 만에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경기가 좋다는 미국에서도 아마존 등 온라인쇼핑몰에 밀려 올해 1만2000곳의 소매업체가 폐업하고, 핵심 상권인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상가 공실률이 최근 2년간 2배인 20%로 늘었다. 더구나 한국은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25%로 미국 6%, 일본과 독일 10%에 비해 크게 높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상 규제 등을 추진했지만 그 정도로는 밀려오는 쓰나미를 당할 수 없다. 불황 속에서도 가성비 좋은 맛집,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만한 특색 있는 집들은 1시간 이상 줄서야 들어갈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질 때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 스스로 혁신해야 하고 정부도 영세 자영업자들이 혁신할 방안을 마련해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무권리 점포#전통 상가#상권 불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