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을 일상의 공간으로 바꾸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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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토론회서 다양한 의견 제시
“시위와 집회는 조례로 엄격히 제한… 정치보다 쉼이 있는 장소 만들어야”

“도로를 우회하면서까지 월대(月臺·궁궐 주요 건물 앞에 놓이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를 꼭 광화문광장에 복원해야 할까요?”(시민 장순임 씨)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광장이 아니라 거대한 행사장 같습니다. 새로운 광장도 또 다른 행사장이 될까 우려됩니다.”(시민 성혜령 씨)

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주제로 열린 1차 시민 토론회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한다는 취지로 앞서 2차례의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이번에 시민 300명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었다.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 원탁토론에서 시민들은 10명씩 30개의 조를 이뤄 광화문광장 조성 원칙과 운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현재의 광화문광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대다수가 공감했다. 발제를 맡은 홍경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정치 공간이 된 광화문광장을 일상의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주변 건축물과 어우러지고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시민 남복희 씨도 “일주일에 서너 번씩 광장을 지나는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의 결과 ‘시민이 주도하는 공간’과 ‘정치보다 쉼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모아졌다. 14조에서는 “자연스러운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시위나 집회, 행사 등은 조례 등이 정한 것을 엄격히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7조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동시에 소음 관리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 700억 원을 포함해 10년간 광화문광장에만 2000억 원의 예산이 중복 투자되고 있다”며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돼 예산이 적절한지 검증하는 단계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남 국장은 “서울시의 계획에는 차량 통제·관리 및 수요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며 “시민들의 합의와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창수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조성 방향이 정해지면 내년에 구체적 방안을 단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시민의 일상적인 활동이 유도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로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가 19세 이상 시민 중 자치구, 성별, 연령별로 균등하게 선정한 이들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교통대책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2차 시민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광화문광장#재구조화 사업#시민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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