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수자원 규제로 변기물 한번 내릴것 15번씩 내려”… 환경규제 정책 불만 쏟아낸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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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도한 환경 규제로 미국인들이 화장실 변기 물을 15번이나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진행 중임을 빗대 이날 발언을 ‘화장실게이트(#toiletgate)’로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재계 인사들과 규제 완화를 논의하며 “환경보호국(EPA)의 과도한 규제로 미국인들이 볼일을 본 후 한 번만 내리면 될 물을 10번, 15번씩 내리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안 나오는 수도꼭지, 수압이 낮은 샤워기도 많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번, 또 오래도록 물을 틀게 한다. 결국 더 많은 물을 쓴다”며 “EPA를 아주 철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대통령이 지칭한 규제가 1994년부터 시행된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Act)’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때 만들어졌으며 수자원 보호 차원에서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 1.6갤런(약 6L)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2006년부터 시행된 ‘워터센스 프로그램’을 거론했다.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 1.28갤런(약 4.8L) 이하만 사용하는 ‘수자원 절약형’ 화장실에 미 정부가 인증을 해 주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미국 주(州)에는 비가 오기에 충분한 물이 있다. 이런 과도한 수자원 규제는 사막 같은 곳에서나 필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새 건물과 새 집에 입주할 때도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는 물이 없어 손조차 씻을 수 없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에너지 절약형 백열등도 비판했다. 그는 특유의 주황색이 나는 이 전구에 대해 “기존 백열등보다 더 비싸고, 안색이 더 안 좋게 보이는 전구”라며 “사람들의 안색을 주황색으로 보이게 한다. 나는 내 얼굴이 주황색으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화장실게이트’ 해시태그를 사용해 이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앤더슨 쿠퍼 CNN 앵커는 “사람들이 화장실 물을 10∼15번이나 내리지는 않는다”며 대통령 발언의 지저분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줄곧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위협은 허위”라고 주장해 왔다.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내건 그는 지난달 “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올해 10월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EPA 규제를 완화했고 1월에는 야당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도 석탄업계 로비스트 출신인 앤드루 휠러를 EPA 청장으로 임명했다. 9월 EPA는 늪지를 보호하기 위해 2015년 도입된 수자원법도 폐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도 휠러 청장의 환경 규제 완화가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더 강력한 규제 완화를 주문한 셈이다.

이런 그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복스는 “화장실 물은 미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화장실 물 낭비를 규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또 지난해 미국의 탄소배출량이 2017년보다 3.4% 증가했고 대기오염으로 사망한 미국인도 2년 전보다 9700명 늘었다고 분석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환경규제 정책#불만#화장실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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