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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밀 밝힐 ‘초대형 입자충돌기’… 한국 기술로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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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밀 밝힐 ‘초대형 입자충돌기’… 한국 기술로 업그레이드

윤신영 동아사이언스기자 입력 2019-12-06 03:00수정 2019-12-0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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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엔지니어가 거대강입자충돌기(LHC) 내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LHC는 2009년 11월 말 세계 최고 출력의 양성자 빔을 처음 발생시킨 뒤 1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충돌기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CERN 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계’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충돌기’로 통한다. LHC가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페르미랩)의 입자충돌기 ‘테바트론’을 누르고 가장 강한 입자충돌기로 등극한 지 이달 1일로 만 10년이 됐다. 입자충돌기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 과정, 물질의 구성과 작동 원리 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실험장치이다. 특히 LHC는 지구에 있는 가장 강력한 충돌기로 물리학과 천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최전선의 연구 성과를 여럿 냈다.

입자충돌기는 납 같은 무거운 원소의 이온이나 전자, 전자와 똑같지만 전기적 성질이 반대인 ‘양전자’, 수소 원자핵(양성자) 등을 빛의 속도에 버금가게 빠르게 가속한 뒤 서로 충돌시켜 다양한 물리현상을 연구하는 장치다. 이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를 지닌 입자를 관측해 우주를 구성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물질과 힘에 관해 연구할 수 있다. 또 높은 에너지 상태를 지니는 우주 초기 상태 등을 연구해 우주 탄생의 비밀도 밝힐 수 있게 도와준다.

LHC는 둘레가 27km에 달하는 거대한 튜브 구조물로 스위스 제네바 근처 지하 50∼175m 지점에 건설돼 있다. 양성자와 중이온을 가속해 충돌시킬 수 있다. LHC 등장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충돌기였던 테바트론보다 4배 이상 크고, 성능도 강력하다. 몇 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는 테바트론이 전성기 때 내던 충돌 에너지보다 13배 이상 큰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충돌 에너지가 클수록 입자들의 물리 현상을 훨씬 자세히 연구할 수 있다.


LHC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드높인 성과로는 2012년 ‘힉스’ 입자의 관측이 꼽힌다. 인류가 우주 및 물질, 힘에 관해 현재까지 고안한 가장 정교한 물리학 이론으로 꼽히는 ‘표준모형’의 중요한 퍼즐을 맞춘 발견이다.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에서 존재가 예측됐지만 관측되지 않던 유일한 입자였는데, LHC에서 양성자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매우 드물게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힉스 입자의 흔적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힉스 입자는 우주의 입자가 질량을 갖게 되는 과정인 ‘힉스 메커니즘’의 결과 탄생하는 입자로, 이 발견으로 이론의 주창자들은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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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를 능가하는 굵직한 우주 연구 주제로 LHC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그 외에도 여럿 있다. 우주의 4분의 1을 구성하며 우리가 아는 물질보다 5배 이상 많지만 아직 관측된 적이 없는 강한 중력 유발 물질인 ‘암흑물질’의 후보 입자를 찾는 것도 그중 하나다. 우리가 아는 4차원 시공간 외의 추가적인 차원인 ‘여분차원’이나 표준모형을 확장시켜 줄 대안 이론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LHC와 협력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CMS 그룹의 대표를 2016년부터 맡고 있는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현재 표준모형으로는 무거운 중성미자가 존재해야 하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정황상 표준모형 너머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데 많은 물리학자가 동의하고 있어, 마치 바다 너머 미지의 대륙을 찾는 심정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CERN 협력사업’ 양해각서를 2006년 체결하면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예산 문제 등으로 경제 규모가 비슷한 유럽 국가의 수십분의 1 수준인 연 5억 원 정도의 적은 분담금을 내지만, 연구원을 파견하는 등 교육과 연구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LHC의 주요 충돌현상 검출기인 CMS와 앨리스(ALICE) 연구를 하는 한국 CMS팀과 한국 ALICE팀이 있고, 데이터를 계산하는 연구팀과 이론물리 연구팀이 있다. 한국 CMS팀은 올해 기준 9개 대학에서 교수 18명을 포함해 약 130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입자물리 실험팀이다.

양 교수는 “아직 LHC 데이터의 5%밖에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나머지 95%의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이 강점을 갖는 힉스 입자나 중성미자 등의 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CMS 사업은 현재 5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LHC의 기기를 구축하는 데에는 한국의 기업 등 기술진도 참여해 왔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뤄지는 두 번째 장기 업그레이드에서는 국내 소재 기업 메카로가 입자 중 하나인 뮤온 검출기를 감싸는 대형 포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기와 소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입자충돌기#양전자#양성자#cms#l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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