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북미 신경전…연말 한반도 위기 가능성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4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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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력 사용 언급, 김정은 백두산 중대결심 시사
북미 모두 불가능한 조건 내걸고 '벼랑끝 대결' 치달아
2017년 '말싸움 무력 충돌' 넘는 위기 올 수도
정부, 국민 모두 경각심 갖고 특단의 대비책 세울 때

북미 양측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서로에 대한 심리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설적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은유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김위원장은 군 수뇌부를 대동하고 백두산 ‘혁명 전적지’를 둘러봄으로써 미국과 맞대결 의지를 다졌다.

북한은 특히 이례적으로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 사실을 예고함으로써 연말이 지나면서 북한이 중대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북미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됐던 2017년의 한반도 위기가 조만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2월말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로 상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을 내걸고 서로를 압박해왔다.

미국은 ‘선 비핵화 후 경제지원’을 북한에 제시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 내외에서 단계적 비핵화가 아닌 전면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 입장이 비현실적이라는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전면적 비핵화 요구를 지속적으로 북한에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2월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단지 폐기와 안보리 제재 해제를 교환하자고 제안함으로써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제안만으로 핵포기 의사를 확신할 수 없다고 보고 선 비핵화 요구를 고수하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켰다.

이후 북한은 거꾸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전면 철회’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맞대응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온다면 연말까지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혀 미국에 ‘연말 시한’을 통보했었다.

당시 김위원장은 미국에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었다. 다만 북한은 수시로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계산법’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것임을 시사해왔다.

북한은 결국 지난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실무협상에서 ‘정치. 군사, 경제적인 적대시 정책 전면 철회’가 비핵화 협상 시작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새로운 계산법’의 구체적 내용을 처음으로 미국에 공식 제시하고 하루만에 협상을 결렬시켰다.

북한의 요구 조건들은 북미 외교관계 수립과 인권 비난 중지, 경제 제재 전면 해제, 한미 군사훈련 완전 중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는 모든 정책을 포기해야만 비핵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더욱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을 핑계 삼아 각종 신형 미사일 등 무기 시험발사를 10여 차례 이어가면서 미국의 협상 요구를 배척하다가 가까스로 열린 스웨덴 실무협상을 결렬시켰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진지하게 핵협상에 나설 의향이 없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과 달리 북핵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다가 3일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또 미국은 최근 정찰기들이 북한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은근히 북한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편 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을 내세우면서 줄곧 협상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밝혀왔다. 특히 지난 6월말 판문점에서 두 사람이 전격 회동함으로써 북미간 비핵화협상이 곧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촉발시켰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볼 때 북한이 북미 정상간 친분을 내세움으로써 미국이 핵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 계속 기대감을 갖도록 한 것은 결과적으로 기만책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7년에 고조됐던 충돌위기를 넘기면서 시간을 버는 사이에 미사일 시험 등을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동안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도록 한 셈이다.

북한이 지난 1년 동안 군사력을 강화하고 중국, 러시아를 포섭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은 연말 이후 올 한해 있었던 ‘가식적인 협상 분위기’를 깨고 미국과 최대한 ‘벼랑끝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먼저 물러서는 쪽이 지는 쪽’이라는 치킨 게임으로 북미간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퇼 수 있다.

이번의 ‘벼랑끝 대결’은 예전처럼 위성 발사를 가장한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하는 수준을 넘어 국지적 무력충돌까지 비화할 위험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에게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 정부는 북미간 대결 위기가 고조될 경우에 대비한 위기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기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위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기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펴기 위해선 미국과 긴밀한 입장 조율이 긴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무례한’ 증액 요구를 무산시켜야 하는 방위비 협상과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GSOMIA) 종료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미 관계는 예전과 달리 서먹서먹한 상태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는 시점에 주한 미군 감축, 나아가 철군 가능성마저 거론하고 있다.

집권한 지 7년, 기존의 동북아시아 질서를 깨트리고 북한과 자신의 입지를 극대화하려는 30대 지도자 김정은의 모험주의의 한계가 어느 지점일 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정부와 국민 모두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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