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브라질-아르헨티나에 보복성 관세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통화가치 급락한 두 나라 향해
“막대한 평가절하 주도” 단정 지어… 예고없이 철강-알루미늄 면세 철회
양국 농산물 中수출 크게 늘어… 미국내 민심 달래려 보복 가능성

관세를 무기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미에도 칼을 빼들었다. 남미 1, 2위 경제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미국 철강업과 농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과거 합의나 정치적 동맹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보호막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에 대한 막대한 평가절하를 주도하고 있다. 두 나라에서 미국으로 선적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즉각 복원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말 두 나라에 수입 쿼터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철강 관세(25%) 및 알루미늄 관세(10%)를 면제했지만 1년 3개월 만에 복원했다.

브라질 헤알과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올해 각각 약 10%, 60% 하락했다. 다만 두 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환율을 조작했다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도 관세 부과를 전격 선언한 것은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가 늦어지면서 핵심 지지층인 농민과 제조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돼지고기, 콩, 옥수수 등 두 나라 농산물의 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던 돼지고기와 대두 등이 관세로 가격이 오르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NYT는 두 나라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계획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단테 시카 아르헨티나 생산노동부 장관은 “지난주 미 워싱턴에 있었지만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 정보기술(IT) 대기업을 향한 프랑스의 ‘디지털세’ 추진에 맞서 와인 치즈 핸드백 등 24억 달러(약 2조8500억 원)어치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대 100% 보복 관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USTR는 “디지털세는 미 기업을 차별하며 국제 세제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영국 런던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과의 무역협상에는 마감이 없다”며 내년 11월 미 대선 이후 중국과 무역 합의를 이룰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브라질#아르헨티나#면세 철회#무역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