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웰 美차관보 “한일 능력 기하급수적 성장” 또 방위비 증액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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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 시간)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최근 수십 년간 양국의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며 증액을 재차 압박했다. 워싱턴에서 한미 양 측의 4차 협상이 이뤄지기 전날 나온 것으로, 미국이 앞으로도 증액 요구를 밀어붙일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글로벌 차이나’ 세미나에서 ‘미국이 동맹에 대해 더 많은 분담을 요청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만족스럽거나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 두 번, 일본에서 두 번의 근무를 합쳐 모두 6년간 근무했던 자신의 경력을 언급하며 “1980년대에 처음으로 이들 지역에서 근무한 이후 양국의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협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상대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증액 압박에 대해서도 “동맹관계가 진화(evolve)하도록 미국을 돕고, 그들의 몫을 더 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관에 대한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출장 방문들은 한국과 일본, 필리핀, 태국, 호주 등 가장 강한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이었다”며 “안보 배경의 변화에 따른 대통령의 주장이 그런 (부정적인 동맹관 우려) 잡음들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방어했다.

3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협정(SMA)의 틀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갖고 있다”며 “(SMA 틀에) 변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한미동맹이나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협정은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근무자의 임금 △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의 3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미 측은 이외에 주한미군의 훈련비 및 주한미군과 군무원의 인건비, 가족지원 비용까지 새로운 항목으로 요구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정 대사는 새로운 제안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저희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대안들을 준비하고 왔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함구했다. 다만 3차 협상 결렬 후에도 미국 측과 접촉해 왔다고 전한 뒤 “제임스 드하트 대표와 긴밀한 협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서로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 국방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에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위대한 한미동맹’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한국이 평택 험프리스 기지 건설비용 대부분을 부담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이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경제력과 국방력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동맹국의 국익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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