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글e글]‘금수저’가 ‘흙수저’에게 “부러워”…청년 분노 산 광고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2월 3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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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글e글: SNS,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의 뜨거운 쟁점을 소재로 합니다.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 지어진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설치한 옥외광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 지어진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설치한 옥외광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나는 니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옥외광고 속 등장하는 문구다. LH 측은 이를 통해 부모의 도움 없이도 입주할 수 있는 곳이 ‘행복주택’이라는 점을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청년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일 오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LH의 광고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 지어진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였다. LH는 이 광고를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에 최근 설치했다.

광고는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구성됐다. 가상인물 A 씨가 “너는 좋겠다”라고 하자 또 다른 가상인물 B 씨는 “뭐가?”라고 답한다. A 씨는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고 설명한다. B 씨도 “나는 니가 부럽다”라고 한다. A 씨 역시 “왜?”라고 묻는다. B 씨는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말한다. 이들의 대화 하단엔 ‘내가 당당할 수 있는家(가)! 행복주택’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반응은 차가웠다. 상대적으로 ‘금수저’인 B 씨가 ‘흙수저’인 A 씨를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해석돼 ‘흙수저’ 청년들을 조롱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대놓고 서민들 무시하네”, “정말 놀랄 노자”, “청년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지방에서 서울대로 진학한 사람이 집 근처 지방대를 다니는 사람에게 “넌 집이 가까워서 좋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는 이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당 광고를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사진=LH 제공
논란이 커지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당 광고를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사진=LH 제공

논란이 불거지자 LH는 해당 광고를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LH 측 관계자는 3일 동아닷컴에 “이미 광고는 모두 내렸다. 다른 LH 광고로 배치할 계획”라고 밝혔다.

LH 측 관계자는 “젊은 층에게 쉽게 다가가려고 광고를 기획했다. 하지만 저희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해석됐다”며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입주할 수 있는 게 행복주택이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고의적으로 그랬다거나 악의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감수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달게 받고 있다”고 사과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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