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클라라와 함께 왕자님을 기다린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 하이라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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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이 지난해 공연한 ‘호두까기 인형’ 2막의 2인무(그랑 파드되).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공연한 ‘호두까기 인형’ 2막의 2인무(그랑 파드되). 국립발레단 제공
12월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1892년)의 계절. 차이콥스키 특유의 선율미와 멋진 관현악법으로 눈에 앞서 귀를 먼저 만족시킨다. ‘백조의 호수’가 처연하고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화려하다면, 크리스마스이브가 배경인 ‘호두까기 인형’은 귀여움과 장엄함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 발레의 음악적 하이라이트를 알아본다.

○ 서곡: 현악에서 베이스를 담당하는 첼로가 빠져 있다. ‘작고 깜찍한 느낌’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다.

○ 겨울 소나무 숲을 지나는 여행: 호두까기 왕자가 여주인공 클라라를 자신의 왕국으로 데려간다. 가만가만한 주제로 시작되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장려한 클라이맥스가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 눈송이 왈츠: 군무(群舞)로 눈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 발레 음악으로는 예외적으로 어린이(또는 여성) 합창을 등장시켰다. 합창과 푸르릉거리는 하프, 철금이 어울리는 부분은 오늘날의 영화음악보다 더 색깔이 영롱하다.

○ 트레파크:
러시아 춤 하면 연상되는, 팔짱을 끼고 앉아서 추는 동작이 있는 신나는 춤곡.

○ 갈대피리 춤: 제목에 갈대(reed)가 들어있지만 목관악기 중에서도 오보에나 클라리넷, 바순과 달리 유독 ‘리드’ 없는 플루트가 선율을 연주한다.

○ 꽃의 왈츠: 전곡의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부분. 중간에 첼로가 갑작스럽게 새로운 선율을 노래하고 물러나는데,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이 열렬한 구애의 노래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 2인무 아다지오: 시작 부분 하프가 분산화음으로 I-vi-ii-V의 화음 진행을 연주한다. 가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피아노 소품 ‘Heart and Soul’ 등 대중음악에서도 쉽게 만나는 친근한 코드 진행이다.

○ 사탕요정의 춤:
차이콥스키는 파리에서 영롱한 소리를 내는 새 악기 ‘첼레스타’를 발견하고 이를 이 발레에서 처음 선보이기 위해 악보 출판사와 공연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 ‘호두까기 인형’은 왜 짧을까?: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짧은 오페라 ‘이올란타’와 함께 공연하기 위한 작품으로 구상했다. 초연 이후엔 ‘호두까기 인형’만 단독으로 공연하게 됐다.

○ 실제 관현악 출연?: 우리나라에서 발레는 사전녹음(MR) 반주로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관현악 연주가 있는 공연으로는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호두까기 인형’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12∼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5000∼9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호두까기 인형#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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