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때 통화내용 녹음해두면 유리[고준석의 실전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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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계약 일방해지 피해 막으려면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선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찾아 매수하기로 결심했다. 집주인이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먼저 계약금 6000만 원 중 1000만 원만 송금하고 나머지 5000만 원은 일주일 후에 집주인을 직접 만나 매매계약서를 쓸 때 지급하기로 했다. 집주인과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서로 확인하고 문자로도 이 내용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다음 날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팔지 않을 테니 1000만 원을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계약서를 쓴 게 아니어서 배액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집주인의 주장은 과연 맞을까.

이런 상황은 부동산 매매 시 종종 발생한다. 민법에 따르면 매매계약은 매도자가 소유권을 매수자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는 행위다. 매수자는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매매계약의 효력이 생긴다. 즉 매도자는 매수자에게 부동산의 권리를 이전해줘야 하고,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그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것은 쌍방의무이며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매매계약 당사자 누구라도 계약의 이행기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매도자가 계약 해제를 선언했다면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한다. 매수자가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는 계약금을 포기하면 된다. 다만 계약 당시 해제와 관련된 약정을 맺었다면 그 약정 내용을 따라야 한다.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의 이행기는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는 시점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문제는 계약이 언제 성립했는지다.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지 않고 집주인에게 계약금을 송금한 것만으로는 계약이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계약금 일부를 송금하는 것만으로 가계약은 성립할 수 있지만 가계약이 본 계약의 완성은 아니다.

따라서 매매계약을 하기 전 계약금 일부를 송금하고 가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 단순하게 송금만 해서는 안 된다. 매매계약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협의 대상은 매매금액을 비롯해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의 지급시기와 위약금에 관한 사항, 임차인 명도주체 등이다. 가계약은 송금으로 갈음하고 매매계약이 성립한다는 내용을 문자로 주고받거나 전화통화 시에는 녹취해두는 게 좋다.

200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를 작성할 때 매매대상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잔금 지급 시기가 기재되지 않고 정식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계약이 완성됐다면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했더라도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금 전액의 배액을 돌려받아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건 실제 집주인이 받은 돈이 아니라 원래 약정된 계약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 씨가 구입하려던 집주인의 주장은 틀렸다. 아파트 계약금 6000만 원 중 A 씨가 집주인에게 송금한 1000만 원만 돌려받아선 안 된다. 법대로 원래 계약금 6000만 원의 배액인 1억2000만 원을 돌려받고 계약을 해제해줘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아파트 매매#매매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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