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 SNS’로 몸살 앓는 연예계…피해 늘어나는데 처벌 어려운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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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가 ‘사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인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는 SNS가 늘면서 연예인을 사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2006년)에서 “묻고 더블로 가!” 등 대사로 큰 인기를 끌며 데뷔 24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김응수는 최근 ‘사칭 인스타그램’으로 곤혹을 치렀다. 해당 인스타그램은 ‘kim_yes_soo’라는 영문명과 김응수의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어 김응수의 공식 계정처럼 보였다. 프로필 소개글 역시 “젊은 친구들, 신사답게 팔로우해!”라는 그의 영화 속 유행어를 활용한 탓에 김응수의 공식 SNS로 입소문이 나면서 팔로어가 급격히 늘었다. 이를 바로잡은 건 김응수의 딸 은서 씨.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보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했지만 전혀 모르셨다. 아버지 이름으로 된 계정과 사진, 게시물은 전부 사칭”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해당 계정은 삭제됐다.

지난달 새 앨범 ‘러브 포엠’을 발매한 아이유도 피해를 입었다. 최근 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이름과 디자인, 구성을 베낀 계정이 등장한 것. 이 계정은 앨범 발매일에 맞춰 기존 아이유 영상을 짜깁기해 뮤직비디오가 존재하지 않는 수록곡 ‘새 사람’의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뮤직비디오에 ‘원더케이’(소속사 ‘카카오M’의 공식 유튜브 채널명) 로고까지 넣었다. 사칭 논란이 일자 해당 계정은 ‘이지금(IU Official)’으로 타이틀을 바꿨다.

‘대세 중의 대세’인 EBS 인기 캐릭터 펭수 제작진도 사칭을 당했다. EBS 제작진은 “오프라인에서 펭수 관련 콘텐츠에 쓰일 목적이라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정당한 절차 없이 절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주의 바란다”고 당부했다.

각종 루머와 악플에 고통 받던 설리가 올해 10월 세상을 등진 후에도 사칭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BJ 베폰은 설리가 숨진 다음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설리 남자친구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자신을 설리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한 BJ 베폰은 “설리야 잘 가라. 그곳에서는 행복해야해 알겠지?”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추모하는 영상을 올리려는 것이었고, 팬으로 사랑했다는 표현으로 남자친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지만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백종원을 사칭한 SNS 계정이 등장하자 그의 아내 소유진이 “내 남편은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NS 사칭 피해를 겪은 배우 이민호는 “사칭 때문에 나도 시작, 내가 진짜 미노미(이민호 애칭). 사칭 노노”라는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팬들이 “증명하라”고 요구하자 이민호는 일상 사진을 올리며 “진짜 나 맞아”라고 인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개그맨 유재석과 하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중인 축구선수 박주호의 자녀 나은과 건후, 배우 박해진 천우희 문근영, 개그우먼 이국주,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 손연재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타인의 사진을 게시하는 등의 단순 사칭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초상권 침해는 금전적 피해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는데 연예인 SNS 사칭은 이를 입증하기 힘들다.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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