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바다 울산’… 14년 만의 정상복귀 어이없게 놓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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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포항 징크스’에 또 당하자
김도훈 감독 “죄송” 고개 떨구고 빗속 응원하던 팬들 서러운 눈물

후반 10분 포항 일류첸코가 골을 터뜨리자 김도훈 울산 감독(사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며 굳었다. 1-2. 경기장을 찾았던 1만5000여 울산 팬의 열기도 식어가기 시작했다. 울산의 파상 공세가 번번이 포항의 수비에 막히거나 포항 골키퍼 강현무가 쳐낼 때마다 울산의 응원은 탄식으로 바뀌어 갔다. 후반 42분 울산의 수문장 김승규가 상대 발끝에 스로인 하는 ‘있을 수 없는 실수’로 세 번째 골을 내주자 겨울비를 맞으며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응원하던 울산 팬들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경직됐다.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계속해서 울산을 외쳐 달라”고 응원단을 독려하던 장내 아나운서도 멘트를 중간에 끊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비디오판독(VAR)으로 페널티킥까지 허용한 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관중석에선 어린이 팬들이 서럽게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입장권을 손에 꼭 쥔 채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경기가 끝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는 팬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울산종합운동장이 초겨울 비와 함께 울음바다가 됐다. 울산이 다 잡은 우승을 놓치며 김도훈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 팬들도 안타까움에 눈물을 터뜨렸다.

2005년 이후 14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렸던 울산은 이날 비기기만 해도 자력 우승, 지더라도 다득점에서 전북에 앞선다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6년 전 당한 ‘포항 징크스’를 떨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울산은 2013시즌에도 12월 1일 포항과 벌인 최종전에서 지면서 우승컵을 포항에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끝까지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우승 모습을 보는 보람을 느끼시지 못하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우승을 놓쳤다고 축구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일부에서는 벌써 김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 감독의 거취에 대한 질의응답은 오가지 않았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우리가 울산에 이기고 저쪽(전북)이 잘못돼 울산이 우승했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이기고도 크게 웃지 못했다.

울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프로축구#울산 울음바다#포항 징크스#김도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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