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클 전북’… 울산 소식에 애태우다 대반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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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결승골로 강원 1-0 꺾고 포항이 울산 4-1 잡아 다득점 우승
승점 3점 차 절대 열세서 새 신화… 3연패 달성하고 7번째 트로피
서울, 대구와 비겨 亞챔스 PO 티켓

주장 이동국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9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전북 선수들이 모두 환호하고 있다. 전북은 이날 강원을 1-0으로 꺾고 포항에 1-4로 패한 울산을 제치고 기적 같은 드라마를 쓰며 정상에 올라 K리그1 3연패이자 통산 7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전주=뉴스1
주장 이동국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9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전북 선수들이 모두 환호하고 있다. 전북은 이날 강원을 1-0으로 꺾고 포항에 1-4로 패한 울산을 제치고 기적 같은 드라마를 쓰며 정상에 올라 K리그1 3연패이자 통산 7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전주=뉴스1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런 일도 벌어지는구나 싶더라고요.”(전북 이동국)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바랐는데…. 희망이 현실이 됐다.”(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

그들의 말처럼 프로축구 K리그1 전북에 1일은 기적 같은 하루였다.

전북의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는 추가 시간이 진행 중인 울산과 포항의 경기가 상영됐다. 1-0으로 강원에 승리한 전북 선수들은 중앙선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이를 지켜봤다. 역전 우승을 확신한 팬들은 “챔피언은 누구?”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말에 “전북!”을 연호했다.

울산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더 내주며 악몽 같은 1-4 패배를 당한 순간. 전주에서는 축제가 벌어졌다.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선수들은 팬들과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가 ‘오오렐레’를 부르며 정상 등극의 기쁨을 만끽했다. 전북 베테랑 이동국(40)의 말이다. “울산의 경기에 신경 쓰지 않고 우리 경기에만 집중했다. 경기 중간에 관중석에서 함성이 들려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전광판을 통해 포항이 이기고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전북은 올 시즌 최종전에서 짜릿한 뒤집기로 K리그1 3연패를 달성했다. 전북은 자신들의 승리와 울산의 패배라는 단 하나의 우승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전날까지 선두는 울산(승점 79), 2위가 전북(승점 76)이었다. 이날 승리로 울산과 나란히 승점 79가 된 전북은 다득점(전북 72득점, 울산 71득점)에서 앞서 정상에 올랐다. 전북은 성남(1993∼1995년, 2001∼2003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3연패를 달성한 팀이 됐다. 또한 통산 우승 횟수도 7회로 성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우승이었다. 경기 전 빗속에서도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1만80명의 팬들은 ‘배수의 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의 펼침막을 들고 응원전을 펼쳤다. 전주(전북-강원)와 울산(울산-포항)에서 동시에 킥오프한 경기. 울산에서 전반 26분 포항 완델손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스마트폰으로 울산의 경기 소식을 확인하던 전북 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전반 36분 울산 주니오의 골로 1-1 동점이 됐다.

전북은 전반 39분 손준호가 이승기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해 ‘0의 균형’을 깼다. 같은 시각 울산에서는 포항이 추가골을 터뜨렸지만 비디오판독(VAR) 끝에 득점이 취소됐다. 이번에는 전북 팬들 사이에서 탄식이 나왔다. 후반 10분 우승 향방을 가를 결정적 골이 터졌다. 일류첸코가 추가골을 터뜨린 포항이 울산에 2-1로 앞선 것이다. 전북 팬들은 “우승이 보인다”며 환호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울산은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2골을 더 내주며 무너졌다. 전북은 손준호의 골을 잘 지켜내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북과 울산의 ‘양강 체제’가 시작된 7월 7일 이후 8번째로 선두가 바뀌면서 전북이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전북은 2005년부터 팀을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60)이 떠나고 조제 모라이스 감독(54·포르투갈)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시즌 도중 주포 김신욱(31)이 상하이 선화(중국)로 이적하면서 공격력도 약화됐다. 하지만 간판스타 이동국(9골)과 기량이 만개한 문선민(10골)의 활약 속에 왕좌를 지켜냈다. 모라이스 감독은 “올해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A컵, K리그 중 하나만 우승했지만 내년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와 0-0으로 비긴 FC서울은 최종 3위를 기록해 내년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수원 타가트가 20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도움왕은 10개인 전북 문선민이 차지했다.

전주=정윤철 trigger@donga.com / 울산=이원주 기자
#프로축구#k리그1#전북#손준호 결승골#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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