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거렸다가, 그리워했다가…가요에 얽힌 여행지 6선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30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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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여행이 인기다. 뚜렷한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보다, 취향에 따라 즐기는 여행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은 노래와 함께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1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마음 따뜻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 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전국 각지엔 노래와 함께할 때 더욱 뜻깊은 여행지가 구석구석 숨어있다.

특히 최근 식을 줄 모르는 레트로 열기를 따라 1980~90년대 초창기 트로트와 대중가요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떠나보면, 어느새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광화문 연가’의 그곳…정동길

덕수궁과 덕수궁돌담. 이하 한국관광공사 제공
덕수궁과 덕수궁돌담. 이하 한국관광공사 제공
명곡은 길가에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을 남긴다.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에는 정동길, 교회당, 덕수궁 돌담길이 등장한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정동교회까지 연인과 거닐던 흔적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광화문 연가’는 작곡가 이영훈이 1988년 작사·작곡한 노래다.

고 이영훈 노래비
고 이영훈 노래비
가사 속에 나오는 눈 덮인 예배당이 바로 정동제일교회다. 교회 건너편에는 이영훈의 노래비가 있으며, 낙엽 떨군 가로수와 옛 러시아 공사관, 아담한 찻집 등은 정동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다.

‘광화문 연가’의 길은 세월을 따라 많이 변했다. 영국대사관 옆으로 덕수궁 돌담 내부길이 개방됐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했으며, 구세군중앙회관은 정동1928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정동전망대에 오르면 덕수궁과 정동길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마왕’을 만난다…성남 신해철거리

신해철 거리 입구
신해철 거리 입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가수 신해철 작업실 주변으로 신해철거리가 조성됐다. 성남시와 팬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흔적과 마음을 모아 만든 곳으로, 신해철이 마이크를 잡고 앉은 동상을 중심으로 160m 정도 이어진다.

“신해철, 그리운 이여. 무대 위에서 포효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리운 마음 가슴에 담아두겠네. 음악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친구여…”

가수 인순이를 비롯해 각계각층 사람들이 생전의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이 거리 바닥에 있고, 그가 쓴 노랫말도 나무 푯말에 새겨져 있다.

그가 곡을 만든 ‘신해철 스튜디오’에는 아직 그의 자취가 생생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 꽂힌 책장, 그가 입은 무대의상, 작곡할 때 사용한 피아노 등을 보고 있으면 “자, 이제 녹음해야지”라며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다.

신해철거리와 가까운 율동공원은 호수를 따라가는 산책로가 운치 있다.

◇‘춘천 가는 기차’ 타고 ‘소양강 처녀’를 만나다

소양강처녀상과 소양강 스카이워크 풍경
소양강처녀상과 소양강 스카이워크 풍경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지역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강원도 춘천을 대표하는 곡에는 ‘소양강 처녀’와 ‘춘천 가는 기차’가 있다.

북한강을 따라 경춘선이 달릴 때 ‘춘천 가는 기차’가 불렸고, ‘소양강 처녀’는 소양강댐이 생기기 직전에 만들어진 노래다.

지금은 모두 추억이고 옛 풍경이 됐지만, 춘천과 낭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래로 남아 있다. 경춘선 종착역인 춘천역에 닿으면 매일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가 춘천의 명소로 데려다주고, 춘천역에서 가까운 소양강 처녀상은 ‘소양강 처녀’를 추억하게 한다.

이웃한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춘천의 랜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현묘의 정원과 기억의 정원에서 즐기는 산책길은 문화유산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해준다.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은 겨울철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기 좋다.

◇노래가 만든 전설, 제천 박달재

단풍이 곱게 물든 ‘울고 넘는 박달재’
단풍이 곱게 물든 ‘울고 넘는 박달재’
충북 제천과 충주를 잇는 박달재는 예부터 교통의 요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달재란 이름을 전 국민이 안 것은 1948년 발표된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 덕분이다.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영화와 악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노랫말에 나오는 금봉은 박달재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조선 중엽 박달재 아랫마을에 살던 금봉과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 박달의 사랑 이야기에서 박달재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현재 박달재에는 금봉과 박달의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공원과 목각공원이 조성됐다.

제천은 약초의 고장이기도 하다.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가 열린 제천한방엑스포공원은 한의학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올봄 개통한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면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다.

◇민족의 애환이 서린 트로트를 찾아서…이난영공원

이난영 생가 터에 자리한 이난영 흉상
이난영 생가 터에 자리한 이난영 흉상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송가인 덕분에 대한민국은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트로트는 1930년 전후부터 국내 창작이 본격화됐고, 1935년 ‘목포의 눈물’에 이르러 그 형태가 정착됐다고 한다. 트로트를 찾아 목포와 영암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목포는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의 현장이다.

이난영이 잠든 삼학도 이난영공원, 이난영이 태어난 양동 42번지 생가 터, 유달산 허리 등 목포 구석구석에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 삼포로 가는 길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와 삼포마을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와 삼포마을
강은철이 부른 ‘삼포로 가는 길’은 1983년에 나온 노래다. 배따라기의 이혜민이 작사·작곡했으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이들이 삼포를 이상향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마을이다.

이혜민이 삼포마을에 여행을 왔다가 반해 노랫말을 썼다. 지난 2008년 마을 초입에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세워졌다. 앞면에 노랫말이, 뒷면에 이혜민이 쓴 수필 ‘내 마음의 고향 삼포’ 일부가 적혔다.

노래비 아래 음향 장치가 있어, 버튼을 누르면 ‘삼포로 가는 길’을 비롯해 그 시절 가요가 흘러나온다. 누가 찾을까 싶지만 옛 노래를 그리워해 찾는 이가 많다. ‘삼포로 가는 길’이 낯선 세대는 삼포마을 여행이 어떨까. 한적한 포구에 카페가 몇 군데 있어 커피 한잔하며 쉬기 좋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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