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으로 무장한 SUV ‘솔깃’… 진짜 무기는 전기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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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진출 본격화하는 중국차 해부

중국 2위 자동차기업 둥펑자동차는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펜곤 ix5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 2위 자동차기업 둥펑자동차는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펜곤 ix5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산차와 유럽차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중국 내 2위 자동차기업으로 꼽히는 둥펑자동차가 최근 국내에서 쿠페형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펜곤 ix5’의 첫 계약 물량 100대를 완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아직은 판매 물량이 많지 않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차량 디자인에서도 괄목한 만큼 성장했다는 평가 속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의 한국 진출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아직은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평가 받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진입이 장기적으로는 더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전기차 굴기’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이다.

○ 힘 아쉽지만 디자인·가격 앞세운 중국車

소문만 무성한 중국차. 그래서 직접 한번 타 보기로 했다. 펜곤 ix5의 가격은 2480만 원.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크기(길이 4685mm, 폭 1865mm)는 현대차의 싼타페와 맞먹는다. 다만 차급에 비해서는 배기량이 작은 1.5L 가솔린 엔진을 썼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2.4kg·m을 발휘하며 무단변속기(CVT)와 맞물려 복합 연료소비효율은 L당 9.8km를 확보했다.

펜곤 ix5로 서울과 충남 천안을 왕복하는 국도와 고속도로 300km가량을 달려본 소감은 ‘넘치는 편의장치, 아쉬운 힘’으로 요약된다.

저배기량의 터보엔진을 채택한 가운데 힘과 연비 측면에서 분명히 아쉬움이 있었다. 초반은 물론이고 고속에서도 가속력에서 부족함이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나는 요란한 소리에 비해 속도계 올라가는 속도가 느리다.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물론이고 시내 주행에서도 순간적인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차가 답답하다.

같은 차량에서도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되는 파워트레인을 다양한 버전으로 설계할 수 있다. 배기량이 더 큰 엔진을 적용하면 해소할 수 있는 답답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단 지금의 차량에서 만족스럽다고만 얘기하기는 힘이 든다.

하지만 디자인과 차의 내부를 보면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앞·뒷모습이 독일 브랜드의 차와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뿐 아니라 쿠페형의 날렵한 디자인은 ‘중국차 맞아?’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앞면에서는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가 세련된 느낌을 주고 뒷면 역시 LED를 적용한 램프로 장식했다. 한 식당 앞에 주차하고 나오는데 누가 “어디 차냐?”고 물어오며 “차 잘 나왔네”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중형 SUV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내 공간은 기존의 이 가격대 차량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비슷한 차급에서 등급을 높이거나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 전동식 파노라마 선루프와 전동식 트렁크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운전석·조수석 모두 전동 시트가 적용됐고 후방 카메라와 전·후방 충돌센서도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블랙박스는 차량에 자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다만, 최근 중형급 이상 국산차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운전자가 요구하는 속도를 유지하되 앞차를 감지해 자동으로 가·감속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대신 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됐고 후측방 차량경보, 차선이탈방지 등의 기능은 없다.

○ “중국 전기차, 만만치 않은 경쟁자”

위쪽부터 중국 바이톤의 전기차 ‘M-바이트’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U7’
위쪽부터 중국 바이톤의 전기차 ‘M-바이트’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U7’
중국 완성차 브랜드 중에서는 북기은상차가 2017년 중형 SUV인 ‘켄보600’을 국내에서 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이어 다시 국내 진출에 나선 둥펑자동차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쿠페형 SUV를 들고 왔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성능과 프리미엄급 옵션을 갖추고도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년에는 1200대, 그리고 2022년부터는 연 3000대를 판매하면서 추가로 SUV 모델을 들여올 계획이다.

펜곤 ix5를 수입·판매하고 있는 신원CK모터스 관계자는 “한국은 자동차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가지고 있어 제품의 경쟁력과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장”이라며 “가성비를 앞세운 내연기관차를 선별해 추가 투입하고 전기차로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자동차도 내년 하반기부터 순수 전기차인 EU7을 한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준대형 세단을 기반으로 한 최신형 전기차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 지리자동차도 최근 1t 소형과 2.5t 중형 전기트럭을 앞세워 내년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기차의 강점을 살려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소형 상용차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을 전기차 생산 기지로 삼으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해외 진출까지 모색하는 사례도 있다. 전북 군산시의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은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바이톤의 고급형 중형 SUV를 2021년부터 국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전기차 굴기’를 내세우며 전기차 산업을 적극 육성했던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축소하자 내수에만 의지하기 힘들어진 중국 자동차 기업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중국은 내연기관차 고유 기술에서는 아직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디자인에서는 이제 ‘따라하기’를 넘어 자신들의 색채를 가미하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본격화될 전기차 시장에서는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국차#전기차#펜곤 i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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