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기자-검사 접촉제한’ 훈령 강행… 알권리 침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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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내주 시행… 수사관계자 구두브리핑도 금지
오보 낸 기자 檢 출입제한은 빠져

법무부가 구두 브리핑을 없애고 기자의 검사·수사관 개별 접촉을 금지하는 등의 조항이 담긴 법무부 훈령 시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는 조항은 빠졌지만, 취재를 제한하는 독소 조항들이 남아 있어 ‘알 권리 침해’ ‘깜깜이 수사’라는 우려는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제정된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규정안에 따르면 이른바 ‘티타임’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 관계자의 구두 브리핑이 금지된다. 언론 대응은 지정된 전문공보관이 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법무부는 전국 66개 검찰청에 전문공보관 16명, 전문공보담당자 64명을 지정했다. 전문공보관이 아닌 검사나 수사관은 기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 기자의 검사실 출입도 금지된다. 대부분의 검사나 수사관이 수사 일선에 투입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검사 등의 언론 접촉을 봉쇄한 것이다.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 ‘설치 금지’ 조항은 ‘설치 제한’으로 개정됐다.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오보 기자 검찰청 출입제한’ 규정(제33조 2항)은 삭제됐다. 오보의 기준이나 범위, 판단 주체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언론 통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정부 부처와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법조출입기자단 등에서 규정 시행 이전이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전문공보관이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을 ‘사건관계인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실제로 존재’하는 때로 정하면서 여전히 오보에 대한 적극 대응을 암시했다. 법조 기자단이 법무부 측에 기존 안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선 법무부가 시대착오적인 언론 통제 방안을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견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을 견제, 감시하는 언론 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검찰의 수사에 대한 내부 비판 목소리마저 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법무부#검찰#구두 브리핑#기자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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