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쿨한척 무관심하게 사는 당신, 행복한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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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의 시대/알렉산더 버트야니 지음·김현정 옮김/264쪽·1만4800원·나무생각

청소년 비행이나 쓰레기 무단 투척을 눈 앞에서 보고도 모른 척하는 이가 대부분인 ‘무관심의 시대’. 저자는 “선한 의지와 참여적 태도를 취해야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청소년 비행이나 쓰레기 무단 투척을 눈 앞에서 보고도 모른 척하는 이가 대부분인 ‘무관심의 시대’. 저자는 “선한 의지와 참여적 태도를 취해야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마음 쓰고 피곤해지느니 혼자가 속 편하다. 의롭고 궁지에 몰리느니 비겁하고 말지 싶다. 경쟁에 치이고 사람에게 다쳐 ‘실망-체념-무관심’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알아서 빗장을 걸어 잠근다. 타인과 세상에 냉담한 이들이 늘고 있다. 빅토르 프랑클 연구소 소장이자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의미치료와 실존분석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런 세태를 ‘무관심의 시대’라 명명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로 잘 알려진 빅토르 프랑클(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상실한 상태를 ‘실존적 공허’라 이름 붙였다. 제자는 25년 전 함께한 스승 프랑클을 떠올리며 현대인이 집단적 ‘실존적 공허’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책임, 기여, 희망 같은 가치를 외면한 채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느라 허덕이다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심의 스위치를 끄면 일견 편안하지만 필연적으로 공허감이 찾아든다. 인간으로서 타고난 속성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이 처음 겪는 감정은 사랑이고, 생물학적으로도 상호작용을 추구하며, 선한 본성에 충실할 때 역사도 순탄히 흘렀다는 점을 근거로 “참여적이고 유의미한 가치야말로 우리 존재의 의미”라고 강조한다.

무관심은 사회적으로도 재앙이다. 무관심의 빈자리는 불온한 가치들이 차지하기 쉽고, 결국 그 피해는 개인이 떠안게 된다. 프랑클도 “불안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만 따라 하거나(추종주의) 그에게 원하는 것만을 한다(전체주의)”고 무관심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인간의 존재 의미와 사명에 대한 갈구를 병리학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도 일침을 가한다. “정신적 결함은 (오히려) 희망과 의미를 포기할 때 나타난다. … 예술, 아름다움, 위안, 온기, 사랑, 학문적 발견의 기쁨, 감격, 유의미하고 참여적인 삶의 모험을 포기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제시된 삶의 태도는 거창하지 않다. 친절한 말 한마디, 감사의 인사, 뜻밖의 선물, 소박한 미소, 작은 호의…. 크고 작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면 된다. 저자는 프랑클의 “우리가 삶의 사실들에 응답하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미완의 사실 앞에 서게 된다”는 명제를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모든 사람은 유일무이한 존재다. 삶 속에 실현할 수 있는 것도 개인적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미완의 사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 이 사명 속에 의미를 실현하면 불안함은 잦아들고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 첫 번째 안전한 순간은 애착과 사랑을 받은 유년 시절이고, 두 번째로 안전한 순간은 유한성과 책임, 우리의 시간과 가능성을 책임감을 가지고 대하는 때다.”

‘쿨’하긴 쉽지만 친절은 어렵다. 친절을 베풀면 호의를 오해하거나 만만하게 구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집단화된 무관심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파괴하고, 세상은 부대끼는 자에게만 풍요로운 속살을 내어보인다”. 책장을 덮고 나면, 선한 의지에 대한 믿음이 생길까. 저자는 독자에게 넌지시 믿음을 내비친다.

“인간은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생명체다. 한 명의 개인은 자신의 세계의 매일 아니 매초를 바꿀 수 있다. 누구나 세상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

타인과 사회에 심드렁한 시기에 펼쳐볼 만한 책이다. ‘신박한’ 이론은 없지만 방향키를 잃고 질주하는 일상을 다잡고픈 생각이 든다. 프랑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무관심의 시대#알렉산더 버트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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