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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때 수영장 사고로 장애 소년 6년 법정싸움… 대법이 손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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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때 수영장 사고로 장애 소년 6년 법정싸움… 대법이 손 들어줘

이호재 기자 , 박상준 기자 입력 2019-11-29 03:00수정 2019-11-29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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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인 구역 분리 안한 수영장… 중상해 어린이에 배상해야”
대법, 2심 뒤집고 돌려보내… 선고 앞두고 대법에 편지 써

수영장 성인용 구역에서 물에 빠져 중상해를 입은 아동에 대해 수영장 운영 주체가 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피해법익의 중요성과 사고 방지 비용을 비교하는 기준인 이른바 ‘핸드 룰(Hand Rule)’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8일 A 군 등 4명이 서울 성동구도시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2013년 7월 당시 만 6세이던 A 군은 어머니, 누나, 이모와 함께 서울 성동구의 한 야외수영장을 찾았다. A 군은 오후 5시 1∼2분경 안전요원의 호루라기 소리에 따라 입수한 뒤 오후 5시 5분 튜브 없이 성인용 풀에 빠져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와 함께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뇌 손상으로 사지마비와 실명을 했다. 당시 이 수영장은 수심 1.2m의 성인용 구역과 0.8m의 어린이용 구역을 코스로프로만 구분해 놓았고, 수영장 벽면에는 수심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


A 군 등은 공단이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했다며 2013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 2심은 “어린이용 구역과 성인용 구역을 반드시 물리적으로 구분해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공단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수영장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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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법원은 수영장 측이 성인용과 어린이용 구역을 코스로프로만 구분한 것이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라며 A 군 손을 들어줬다. 당시 A 군의 키인 113cm보다 깊은 성인용 구역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하나의 수영장에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같이 설치하고, 수영장 벽면에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수영장에 설치와 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수영장의 하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미국의 핸드 판사가 제시한 ‘핸드 룰’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핸드 룰은 피해법익의 중요성과 사고 방지 비용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법경제학에서 주로 사용된다. 핸드 룰은 ‘사고 방지를 위해 사전 조치를 하는 데 드는 비용’(B)이 ‘사고가 발생할 확률’(P)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의 정도’(L)를 곱한 비용보다 낮다면 위험 방지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시설물 관리자가 시설물과 관련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어린이는 사리분별력이나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로 발생하게 되는 피해의 정도와 수영장 관리자가 사고 방지를 위하여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영장 관리자에게 어린이 사고 방지를 위한 위험 방지 조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그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안전한 나라’, 나아가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A 군은 사고가 난 뒤 1년을 꼬박 병원에서 보냈지만 어머니의 도움으로 학교에 입학해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선 사실상 실명 상태인 A 군이 어머니의 도움으로 직접 쓴 편지를 대법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재 hoho@donga.com·박상준 기자
#핸드 룰#수영장#성인용 구역#사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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