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찰발 리스크 돌출”…靑, 조국 사태 재연 우려에 술렁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8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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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백원우 등 정권 핵심 인사들 의혹 연루돼 확산
'하명 수사' 의혹, 선거 개입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
靑 "정상적인 절차 따라 첩보 이관"…의혹 전면 부인
靑 내부에선 '제2의 조국 사태 될지 모른다' 우려도
유재수 구속도 부담…野 '윗선 의혹' 대통령 해명 요구
靑, 수사에 극도로 말 아끼고 있지만 내부 불만 상당
현 정부 최대 국제회의인 한·아세안 도중 수사 돌출
조국 '토끼몰이' 하기 위한 전방위적 수사란 지적도

유재수 전(前)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면서 청와대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에 몸담았던 정권 핵심 인사들을 향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조국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검찰발 리스크가 돌출한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조국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에 의도가 느껴진다는 내부 불만도 상당하다.

28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전 청와대 민정수석),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 현 정부 청와대 출신이고 조 전 장관과 백 부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다.

검찰은 현재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고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의 칼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향하고 있다. 박 비서관은 최근 검찰에 출석해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백 부원장으로부터 비리 의혹 첩보를 전달받아 경찰에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민정수석은 조 전 장관이다.

경찰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3개월 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현직이던 김 전 시장의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고, 김 전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경찰을 수사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비위 첩보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경찰로 이관됐다며 ‘하명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고민정 대변인은 지난 2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혐의에 대해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 무근”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또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백 부원장도 28일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고위 공직자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에 대한 검증 및 감찰 기능을 갖고 있지만 수사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한 첩보나 제보는 일선 수사기관에 이첩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통례”라며 “우리는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조차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조국 사태 이후 다시 검찰 관련 리스크가 돌출한 것에 대한 상당한 당혹감이 느껴진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국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는 상황이었는데 다시 검찰 관련 이슈에 매몰되게 되면 국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 조 전 장관이나 백 부원장은 청와대를 떠났지만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 중 유일하게 청와대에 남아있는 박 비서관은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로서는 유 전 부시장이 27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의 배후로 현 정부의 실세들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에서 행정관을 지냈고 여권 인사들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의 감찰 중단과 관련한 의혹에도 조 전 장관과 백 부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또 야당은 감찰 중단 압력을 넣은 ‘윗선’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현재 두 사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곳곳에서 이번 검찰 수사의 의도에 대한 불만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현 정부 들어 최대의 국제회의인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 관련 이슈가 돌출한 것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청와대는 검찰이 지난 9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시기에 조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국정 운영에 의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 청와대는 현재 검찰 수사가 인권 보호 등 검찰 개혁 방향과도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감찰 무마나 하명 수사 의혹 모두 조 전 장관을 잡기 위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 대상을 ‘토끼몰이’ 하듯 압박하는 관행도 여전하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 수사에) 상당한 의심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 부원장도 이날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백 부원장은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안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처럼 경찰에서는 유죄, 검찰에서는 무죄로 판단한 사건”이라며 “검찰은 경찰의 유죄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근거를 밝히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건으로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이 고발된 것은 벌써 1년 전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년 간 단 한차례의 참고인,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황 청장의 총선출마, 그리고 조국 전 민정수석의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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