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네시아에 첫 공장… 日장악 동남아시장 공략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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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000억 투자 年25만대 생산
아세안 시장, 2026년 450만대 수요… 글로벌 생산거점 마지막 퍼즐 맞춰
조코위 대통령 “印尼국민 선택 넓어져… 완전무공해 수소전기차 인상적”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을 앞두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을 앞두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차세대 전략거점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승부수다.

지난해 9월부터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비어 있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전 세계에서 연간 957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약 15억5000만 달러(약 1조8220억 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착공해 2021년 말까지 연간 15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향후 25만 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아세안 지역 발전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2억7000만 명에 이르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약 115만 대의 차가 판매됐다. 경제도 연 5% 수준에서 꾸준히 성장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에 위치한 아세안 10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약 316만 대에서 2026년 약 4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지역은 국가별로 5∼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현지 생산거점 없이는 공략이 어려운 시장으로 분류돼 왔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후 3년에 걸친 시장 조사를 거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세안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활용하면 아세안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 비중이 40% 이상이면 아세안 지역 안에서 완성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아세안 지역은 물론이고 호주와 중동에까지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계 브랜드가 인도네시아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소형 다목적차량(MPV)을 아세안 전략 모델로 투입할 계획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투자협약식에서 “현대차가 진출하면 인도네시아 국민은 일본차뿐만 아니라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며 “완전 무공해인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인도네시아 공장 투자로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중국에서 179만 대가 넘는 차를 판매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벌어진 2017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감해 올해 판매량은 100만 대 전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생산기지를 구축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주요 시장의 남은 ‘여백’을 채웠다고 보고 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꾸준히 성장하는 아세안 지역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2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유일하게 생산기지가 없던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 브랜드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형 dodo@donga.com·배석준 기자
#현대자동차#인도네시아#완성차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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