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남3구역’ 입찰 건설사 3곳 수사 의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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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보장 등 공약 위법 소지”
국토부-서울시, 20여건 적발… 재입찰땐 시공사선정 지연 가능성
아파트 5800채 건립… 공사비 2조, 일각 “집값 자극 차단 나선듯”

정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내세운 사업 조건에 위법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 강북권 대표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해당 사업을 수주하려는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현장 점검 결과, 20여 건의 현행 법령 위반 소지를 적발했다”며 해당 건설사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항은 입찰 무효 사유로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해당 구청과 조합에 통보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약 38만6400m² 부지에 아파트 약 5800채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약 2조 원에 이르는 등 사업 규모가 크고 한강변 랜드마크 단지로서 상징성이 커 건설사들이 이주비 무이자 지원, 고분양가 보장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사업비, 이주비 등을 무이자로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분양가를 보장하고 임대주택이 없는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시공과 관련 없는 제안으로, 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국토부는 시공사가 이 같은 직간접적 이익을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것이 정비사업 예정 단지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가 위치한 한남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입찰이 무효화될지는 조합 판단에 달려 있다. 조합이 이대로 입찰을 강행할 경우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 사업 시행자인 조합에 대해 벌금 등의 벌칙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이 만약 이번 점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무런 시정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조합 역시 도정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약 조합이 정부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재입찰을 추진하거나 각 건설사에 위법 소지가 있는 사업 조건을 수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12월 15일로 예정된 시공사 최종 선정 등 향후 수주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입찰을 무효화하고 재입찰을 진행할 경우 기존에 입찰했던 건설사들은 참여가 불가능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조합 측은 일단 28일로 예정된 주민 대상 건설사 합동설명회는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3개사에 대해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참여 자격 제한 등 후속 제재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나친 수주 과열은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정비사업을 통한 공공 기여 향상이라는 목적을 크게 훼손한다”며 “이번 수사 의뢰가 불공정 관행이 사라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새샘 iamsam@donga.com·홍석호 기자
#한남3구역#시공사 선정 입찰#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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