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압승 홍콩 범민주 진영 “2022년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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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 사상최대 규모 집회 계획… 선거인단 1200명 중 442명 확보
2021년 反中인사 과반 선출될수도… 언론 “중앙정부에 중대 경고 신호”
람장관 “시위대 5대요구 수용 못해”… 中, 美대사 불러 “홍콩에 개입말라”

홍콩의 앞날은? 26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24일 구의원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반중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왼쪽 사진). 시위대는 전날 홍콩이공대 앞에서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교정에 갇힌 시위대의 석방을 외쳤다. 한 여성이 ‘시위대를 석방하라’는 뜻의 ‘방인(放人)’이란 문구를 치켜들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의 앞날은? 26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24일 구의원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반중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왼쪽 사진). 시위대는 전날 홍콩이공대 앞에서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교정에 갇힌 시위대의 석방을 외쳤다. 한 여성이 ‘시위대를 석방하라’는 뜻의 ‘방인(放人)’이란 문구를 치켜들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반중 성향의 범(汎)민주 진영이 여세를 몰아 2022년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촉구하는 시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반중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진선 측은 “다음 달 8일 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를 이끄는 지미 샴 대표(32)는 지난달 친중파로 추정되는 괴한으로부터 쇠망치 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었지만 이틀 전 구의원에 당선됐다.

정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은 1200명의 선거인단이 뽑는 간선제로 선출된다. 1200명은 금융·유통·정보기술(IT)·교육·의료 등 38개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 입법회 대표 70명,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 등으로 구성된다. 각 직능대표 역시 해당 직군 종사자들만이 투표하는 간선제로 뽑히며 대부분 친중파다. 현 선거인단 중 범민주 진영 인사는 325명에 불과하지만 이번 선거 승리로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까지 포함해 총 442명을 확보한 상태다.

현지의 높은 반중 분위기를 감안하면 2021년 선거인단 선출 때 반중 인사가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밍(明)보, 동방일보 등은 “범민주 진영이 ‘조왕(造王·킹메이커)’이 됐다. 중국 중앙정부에 중대한 경고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의 영향력이 막대한 데다 직능 대표, 한국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입법회 대표들이 대부분 친중파여서 변화를 예단하긴 쉽지 않다.

정국 변화를 반영하듯 실탄과 화염병 등이 난무하던 범민주 진영과 홍콩 경찰의 극렬했던 대립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밍보는 홍콩이공대에 남아 해산을 거부하던 시위대가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전부 해산했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이 추가로 대립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송환법 철회, 반중 시위 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 전원 석방 및 불기소,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선거 결과가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이 아니며 중국이 자신에게 책임을 물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홍콩과 맞닿은 광둥성 선전에 ‘비상대응 센터’를 열고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에서 홍콩 업무를 관장해 온 왕즈민(王志民)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주임은 선거 패배 때문에 중앙정부의 교체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선거 대패, 신장위구르 강제수용소 문건 공개, 호주 간첩 파견 논란이라는 3대 악재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번 선거가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줄곧 홍콩 시위를 지지해 온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반중 정서에 힘입어 친중 성향의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홍콩의 ‘일국양제’를 대만 통일에도 적용하려던 중국의 계획이 어긋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중국은 선거 패배의 화살을 서방에 돌렸다.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홍콩인권법을 거론하며 “중국 내정에 대한 거친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부장도 하루 전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중국 내정 및 홍콩 문제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홍콩 구의원 선거#반중 성향#범민주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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