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후보 압승은 자유박탈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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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 인터뷰
서방 맞서 주권수호 천명한 시진핑, 홍콩 ‘구멍’ 우려에 전면통제권 추진
자유 열망 시민들 저항에 부딪혀
홍콩정부, 민생대책 제시했지만 시위 본질과 달라 민심 달래지 못해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가 홍콩 칭이역 인근에 있는 레넌벽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레넌벽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벽보 등을 붙인 곳을 가리킨다. 그는 “충돌이 심각해지면서 시위대와 경찰 모두 상대에 대한 ‘이에는 이, 
피에는 피’ 식의 증오가 너무 커졌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가 홍콩 칭이역 인근에 있는 레넌벽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레넌벽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벽보 등을 붙인 곳을 가리킨다. 그는 “충돌이 심각해지면서 시위대와 경찰 모두 상대에 대한 ‘이에는 이, 피에는 피’ 식의 증오가 너무 커졌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범민주파의 압도적 승리는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로 자유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홍콩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시사평론가인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54)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자유주의를 숭상하는 반면 중국 본토는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숭상한다”고 차이점부터 강조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이데올로기 차이가 홍콩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야당인 범민주파의 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24일 구의원 선거 전후로 2차례 진행했다.

그는 선거 직전 인터뷰에선 “범민주파가 크게 약진할 것”이라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압도적인 선거 결과에 대해 그는 “최근 홍콩중문대, 이공대 등의 폭력 사태에도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 대한 민심의 반감(反感)과 분노가 전혀 줄지 않았으며 시위 지지 메시지를 국제사회에까지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중앙정부가 선거 결과에 대해 큰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6개월 가까이 지속된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는 야당의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당장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위대는 25일부터도 다양한 시위를 예고했다. 이면에 숨은 모순과 갈등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자유주의와 애국주의·민족주의의 차이가 근본적이라고 보나.

“홍콩의 핵심 가치는 자유주의다. 홍콩 시민 대부분은 개인을 집단보다 중요하게 인식한다. 중국 본토는 집단이 개인보다 위에 있다. 국가안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여긴다. 완전히 다르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건가.


“5년 전 우산혁명 때보다 지금 반향이 훨씬 더 크다. 그때는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 때부터 선거 민주주의가 없었다. 많은 구세대는 민주주의의 부재에 익숙하다. 이번 시위가 쟁취하려는 건 훨씬 기본적인 자유다. 구세대를 포함해 자유를 맛본 이들에게서 자유를 몰수해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회의 호응이 매우 컸고 이번 선거 결과로도 나타난 것이다.”

―왜 자유 제약의 문제가 발생했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둘러싼 심층 모순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일국양제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 과도적 방안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와 완전히 다른 홍콩의 가치들을 바꾸려 한다. 중앙은 홍콩에 일국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홍콩인들은 갈수록 양제에서 멀어진다고 인식한다.”

초이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됐고 중국과 서방 국가들과의 적대관계가 심각해지면서 국가주권 수호를 앞세우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홍콩이 ‘구멍’이 되면 안 된다며 전면적인 통제권을 추진한 것도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관련된 것이기에 그들은 난처하다. 그래서 민생 문제를 거론한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집값이 너무 비싸져 젊은이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시위의 가장 주된 이유는 아니다.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와 그들이 파괴한 대상을 보라. 그들이 겨냥한 대상은 중앙과 홍콩 정부, 홍콩 내 중국 기업이지 부동산 회사가 아니다. 범민주파의 선거 압승은 민생 문제 해결로는 민심을 달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이 필요한 때인가.


“중앙정부는 홍콩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 홍콩 반환 이후 첫 10년은 충돌이 있으면 시간을 주고 천천히 해결했다. 지금은 너무 조급하게 해결하려 해 문제가 커졌다. 시위대는 ‘사지(死地)에 몰려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찬성하지 않는다. 홍콩이 너무 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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