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돌아간 24년차 부부… “큰 위기뒤 모든 일상 새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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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첫 방영 채널A ‘어바웃 해피&길길이 다시 산다’ 김한길-최명길 부부

채널A 신규 프로그램 ‘어바웃 해피&길길이 다시 산다’로 여행길에 나서는 김한길, 최명길 씨 부부. 이들 부부는 “예전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 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어느 곳이든 둘이 함께하는 소중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채널A 제공
채널A 신규 프로그램 ‘어바웃 해피&길길이 다시 산다’로 여행길에 나서는 김한길, 최명길 씨 부부. 이들 부부는 “예전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 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어느 곳이든 둘이 함께하는 소중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채널A 제공
올해 결혼 24년차를 맞은 김한길(66) 최명길 씨(57) 부부는 요즘 매 순간이 다시 살기 시작한 것 같다. 2017년 폐암 4기를 선고받았던 김 씨는 올 초 의식을 잃는 등 위험한 고비를 한 차례 넘겼다. 다행히 건강을 되찾은 그는 요즘 아내와 두 아들 어진(21), 무진(18) 과 함께하는 일상이 그야말로 ‘선물’ 같다. 부부는 25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40분 채널A ‘어바웃 해피&길길이 다시 산다’(이하 ‘길길이 다시 산다’)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부부가 작고 소소한 것에서 발견하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소확행’ 여행 프로그램이다. 삶의 낙을 찾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생의 재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서울 용산구 이촌로의 집무실 ‘옥탑방’에서 20일 만난 김 씨의 얼굴에서는 활기와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정치인의 길을 걸으며 거대담론에만 빠져 있었다고 할까요? 일상의 가치를 몰랐죠. 건강을 되찾고 덤으로 살게 된 삶과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최 씨 역시 모든 일상이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남편과 산책하는 시간, 무진이의 등굣길을 함께 나서는 길, 온 가족이 담소를 나누는 매 순간이 감격스럽고 감사합니다.”

프로그램 이름에 ‘다시’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김 씨의 아이디어였다.

“올 초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아이가 태어나 커가는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친 셈이죠. 세상이 새롭게 보였어요.”

네 가족이 방송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아들 어진, 무진의 서로 다른 매력이 재미를 더한다. 최 씨는 “어진이는 방송 출연을 꺼렸는데 프로그램의 의도를 설명하자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 씨는 얼마 전 집무실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예뻐하는 자신을 지켜보던 비서가 “아들을 둘이나 키운 분이 강아지에게 뭘 그리 빠져 계시냐”고 하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언제 걸음마를 시작했는지, 언제 ‘아빠’라는 단어를 말했는지 기억을 못 해요. 절절한 후회가 밀려왔죠.”

어진 군이 태어났을 무렵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맡았다. 무진 군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낼 때 태어났다.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자녀를 낳은 기록을 세웠다.

“어진이를 낳았을 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우리 부부를 불러 밥을 사주시면서 아내에게 ‘신혼인데 신랑을 뺏어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당시 저는 큰일을 위해 개인의 삶은 조금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 저를 묵묵히 받아준 아내에게 감사해요.”

김 씨의 손목에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아내가 선물한 실팔찌가, 목에는 목걸이 줄에 매달린 결혼반지가 걸려 있다. 친구들은 그런 그에게 ‘푼수’라는 별명을 지어줬단다.

“의식을 찾고 눈을 떴는데 아내가 ‘이거 기억나?’ 하면서 결혼반지를 건네줬어요. 찡했죠. 그 의미를 간직하고 싶어서 비상약을 넣어 다니던 목걸이에 반지를 같이 걸어가지고 다녀요.”

최 씨는 남편에게 반지를 주면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 챙겨놓고 있었다고 했다.

부부는 결혼 당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인, 유명 여배우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 ‘장미빛 인생’으로 낭트 3대륙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명길 씨를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했어요. 마음에 들어 생방송인데도 ‘남자친구 있느냐’ ‘머리가 흰 남자도 괜찮냐’고 저돌적으로 질문했죠. 이후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바쁘다고 전화를 하자더라고요. 밤 12시에 전화했죠.”(김 씨)

“관심 있다고 빙 둘러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남편처럼 첫 전화에서 ‘최명길 씨 내게 시집오시오’라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그게 좋더라고요. 첫 통화를 네 시간이나 할 정도로 재미있었어요.”(최 씨)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의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은 ‘길길이 다시 산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채널a#어바웃 해피 길길이 다시 산다#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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