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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을 보니 영업 잘하겠군’… AI가 채용했다[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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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을 보니 영업 잘하겠군’… AI가 채용했다[DBR]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 매니징디렉터파트너입력 2019-11-25 03:00수정 2019-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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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보험회사 중국 핑안(平安)보험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A 씨. 고객 수가 2억 명에 달할 정도로 큰 회사다 보니 입사 지원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필기시험과 간단한 면접 등을 마치는 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모든 작업을 일사천리로 끝내고 합격 통지를 받았다. 지원자의 신원 검증부터 면접에 이르기까지 핑안의 채용 프로세스를 도맡아한 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면접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쓰는 AI 면접 시스템은 속도만 빠른 게 아니다. 정확하다. 면접에 들어온 지원자의 관상을 읽고 음성도 녹음해서 말투와 어조를 분석한다. 서류로 제출한 이력사항도 참고해 가며 그때그때 적절한 질문을 연이어 던진다. 지원자마다 받는 질문이 제각각이니 정답을 적은 ‘족보’란 건 있을 수 없는 진짜배기 면접이다. 또 이 시스템은 기존에 사내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현직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지원자의 영업능력은 어떻게 될지, 얼마나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을지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AI 면접을 신속하게 통과한 A 씨. 입사 첫날에는 선배 직원들이 등장해 신입사원 교육을 시켜줄 줄 알았지만, 교육마저도 AI가 담당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핑안보험은 ‘스마트 트레이닝’이라 불리는 AI 기반 설계사 육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높은 성과를 내는 설계사들의 특성과 성장 패턴을 유형별로 수집해 두고, 초보 설계사의 성향 및 과거 경력과 특성을 고려해 가장 잘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준다. 천편일률적인 직원 교육이 아니라, 개개인의 강점을 살리고 꼭 보완해야 하는 약점만 핀셋처럼 집어서 보강하는 고효율 트레이닝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A 씨가 보험설계사로서의 모든 훈련을 마친 뒤 영업 현장에 투입될 때에도 AI가 함께한다. ‘업무 비서’ 기능은 A 씨가 업무의 우선순위를 잘 정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 ‘지식 비서’ 기능은 보험 상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손쉽게 확인하고 고객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업 비서’ 기능은 다양한 상황별로 최적의 영업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연습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듯 채용부터 실제 영업 업무에 이르기까지, 핑안보험의 비즈니스에서 AI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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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보험업은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상담하는 설계사를 통해 주로 영업을 해왔다. 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금융업종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비교했을 때 보험은 상품의 구조와 약관이 훨씬 복잡하다. 또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업(業)의 특성상, 설계사가 개인적 인맥을 이용해 감정으로 설득하는 지인 영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보험업은 종종 금융업 중에서도 디지털 전환 수준과 속도가 느린 업종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현재 글로벌 금융기관의 디지털 변신을 주도하는 업종은 보험업이다. 특히 핑안보험을 필두로 하는 중국의 보험사들이다.

핑안보험은 이미 2014년에 자체 AI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디지털 기술 개발과 활용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정보기술(IT) 연구 인력이 3만2000여 명, 기술 특허 출원은 1만8000여 건이다. 특히 안면인식 기술의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발표다. 25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 동안 일어나는 미세한 표정 변화와 눈 깜빡임도 잡아내 의미를 해석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영업직군 지원자는 반드시 AI 인터뷰를 거친다.

핑안보험이 추구하는 AI 기반의 채용 혁신과 영업 혁신은 비단 회사의 생산성 개선 및 비용 절감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설계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니 설계사들의 소득과 직업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다. 또 고객에게도 좀 더 매력적인 보험 상품을 좀 더 낮은 비용으로 적시에 공급할 수 있다. 고객, 설계사, 회사가 모두 이익을 보는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도 보험업계는 물론이고, 대면(對面) 영업 채널 의존도가 높은 모든 업종에서 핑안보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전통적인 산업에서도 AI와 디지털 혁신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상생을 가능케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원고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5호에 실린 ‘안면인식 기술로 ‘관상’ 면접, 보험 사기 적발까지, 전통 산업 보험업계에도 AI 혁신 붐’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 매니징디렉터파트너
#ai#채용#ai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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