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투표율 60% 넘어 역대 최고… 젊은층 ‘反中 표심’ 후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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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향배 가를 사실상 국민투표… 6개월 시위 여파 젊은층 대거 참여
유학생-근로자 ‘투표 귀국’ 잇달아… 범민주파 의석 과반 한참 못미치지만
의석수 큰폭 증가땐 정부 압박 효과… 차기 행정장관 선출 변수 될수도

‘反中시위 찬반투표’ 된 홍콩 구의원 선거 6월 9일부터 약 반년째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에서 24일 구의원 선거가 열렸다. 이날 오전 코즈웨이베이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시위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을 지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홍콩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투표는 오후 11시 30분(한국 시간)까지 치러졌다. 홍콩=뉴스1
‘反中시위 찬반투표’ 된 홍콩 구의원 선거 6월 9일부터 약 반년째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에서 24일 구의원 선거가 열렸다. 이날 오전 코즈웨이베이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시위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을 지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홍콩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투표는 오후 11시 30분(한국 시간)까지 치러졌다. 홍콩=뉴스1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의 투표율이 폭발적으로 치솟으며 6개월 가까이 이어진 홍콩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와 정부에 대한 민심을 처음 드러냈다. 이번 투표는 사실상 시위의 향방을 가를 국민투표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후 8시 반(한국 시간 오후 9시 반) 현재 투표율은 약 66.5%로 2015년 같은 시간 40.2%의 약 1.7배였다. 약 274만 명 이상이 투표했다.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던 구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15년 투표율인 47.1% 기록은 오후 3시 반에 돌파했고 투표 참여자 수(146만 명)는 오후 1시 반에 넘기는 기록적인 투표율이었다.

유권자는 홍콩 인구 739만 명의 55%에 해당하는 413만 명. 18∼35세 젊은층 유권자는 12% 증가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젊은층이 시위 사태 이후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 불만을 품고 대거 투표장에 나왔다는 얘기다.

홍콩 18개 구에 마련된 610여 개 투표소마다 투표가 시작된 오전 7시 반 이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도 예사였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람윙만 씨(26·여)는 카오룽 동부 선거구에서 투표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왔다. 기자와 만난 람 씨는 “외국에서 일하는 많은 친구들이 투표하려고 홍콩에 왔다”며 “젊은이들은 정치적 민주적 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카오룽 서부 선거구에서 만난 세라 호 씨(25·여)는 “젊은층은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투표장에 나온 ‘숨은 친중파 유권자’도 상당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이뤄지는 행정장관(행정수반), 입법회(국회의원) 의원 선거와 달리 구의회 선거는 직접선거다. 이 때문에 홍콩 정부의 시위 대응 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을 보여주는 분명한 첫 지표라고 홍콩 언론이 분석했다. 친정부 친중 성향의 건제파(建制派)는 “시위대 폭력을 제압하기를 원하면 건제파를 지지해 달라”고 했고 범민주파는 “시위대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기를 원하면 범민주파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누가 웃을까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24일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투표한 뒤 투표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반중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투표소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6월 9일부터 약 반년간 이어진 홍콩 시위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AP 뉴시스·뉴스1
누가 웃을까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24일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투표한 뒤 투표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반중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투표소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6월 9일부터 약 반년간 이어진 홍콩 시위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AP 뉴시스·뉴스1
이번 구의회 선거는 452석을 두고 후보 1090명이 경합했다. 2015년 선거 결과 현 임기 458석 가운데 건제파가 327석을 차지하고 있어 124석에 그친 범민주파 의석을 압도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 급증으로 범민주파의 약진이 예상됐다. 지난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워낙 열세였기 때문에 과반 승리가 아닌 의석수의 큰 증가만으로도 시민들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현 사태에 대한 대응 방식을 바꾸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출마를 금지당한 홍콩 야권 리더 조슈아 웡을 대신해 사우스허라이즌스 서부 선거구에 출마한 켈빈 람 후보는 기자와 만나 “중앙 정부, 홍콩 정부에 시민이 진짜 원하는 걸 경청하라고 협상할 충분한 지위를 얻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의원 선출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17명은 행정장관을 뽑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도 배정된다. 구의회에 할당된 선거인단 117명은 구의회 다수파가 독식하기 때문에 범민주파가 과반 승리했다면 2022년으로 예정된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 구의원 선거#반중 시위#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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