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류의 멸망… 복제인간과의 공생은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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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담/마거릿 애트우드 지음·이소영 옮김/788쪽·1만6000원·민음사

21세기에 나온 디스토피아소설 가운데 최고가 아닐까.

이런 허언장담은 꽤나 주관적이다. 애트우드는 올해 ‘증언들’로 두 번째 부커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잘나간다. 1985년 작 ‘시녀이야기’ 이래 내놓는 책마다 화제. 작가의 명성에 현혹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소설은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지녔다. 설정만 미래라 해놓고 무협활극을 펼치지도, 문학성 나부랭이에 매달려 읽는 맛을 저버리지도 않았다. 뭐, 살짝 어중되는 대목도 간간이 눈에 띄지만.

‘미친 아담’은 2003년 출간한 ‘오릭스와 크레이크’, 2009년의 ‘홍수의 해’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권. 이 시리즈는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멸망한 직후가 배경이다. 완벽한(?) 복제인간들과 현 인류의 극소수만 겨우 살아남은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까. 그들의 힘겨운 생존투쟁이 희망이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가 주된 관심사다.

재밌게도 작가는 이 SF소설을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 아니라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 불렀다고 한다. 다소 엉뚱하지만 이해는 간다. 관련 분야를 오랜 기간에 걸쳐 심도 있게 취재했다는데, 그 덕에 ‘현실감 넘치는 공상’이 됐다는 측면에서 사변(思辨)이란 정의가 그럴 듯하다. 특히 자본에 휩쓸려 타락하는 세상을 그려내는 붓놀림은 설득력이 충만하다. 게다가 여타 SF에서 보기 힘든 세밀한 심리 묘사를 켜켜이 쌓아올리는 공력도 역시나 싶다.

아쉬움도 없지 않다. 1, 2권에 비하면 3권은 뭔가 좀 약하다. 강력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린 뒤에 가벼운 잽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모양새랄까. 물론 이미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은지라 그 정도로도 충분히 케이오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반전과 스케일이란 중독에 빠져있는 우리로선 웬만한 조미료로는 자극이 쉽게 오질 않는다. 굳이 작가 탓을 할 것까진 없지만 괜히 입맛이 다셔진다. 하나 더. 소설 앞부분엔 친절하게도 이전 줄거리가 달려 있다. 그래도 역시 전작들을 읽어야 제대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친 아담#마거릿 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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