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딸 학대로 죽게 한 엄마 2심 감형 “전남편·사회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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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2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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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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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4세 딸을 폭행하고, 화장실에 가둬 숨지게 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친모가 2심에서 5년 감형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아동학대치사 특수상해 감금 유기 등으로 구속기소된 친모 이모씨(35)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수강과 5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2심에서는 원심과 달리 화장실에서 머리를 부딪히게 한 점, 믹서기로 때린 점, 건조기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점 등 3가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피고인의 6살배기 아들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시점이 정확히 특정되지 않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으며, 원인으로는 비난할 여지 없이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며 “피고인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보다는 전 남편, 직전 남편, 사회 전체의 구조 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들에 대한 가해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는 없다”며 “범행 당시 피고인의 유산, 이혼 등의 구체적인 상황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씨는 지난 1월1일 새벽 딸 A(4)양이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머리를 주방기구로 수차례 때리고, 큰딸이 프라이팬으로 A양을 때리는 것을 허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A양을 화장실에 들어가게 한 뒤 밀쳐 넘어뜨려 머리를 다치게 하고 세탁건조기에 가둔 혐의도 추가됐다. 사건 당일, 이씨는 안방에서 잠들었고 어둡고 추운 화장실 세탁건조기에 장시간 갇혔던 A양은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숨진 딸의 사망원인은 머리 부분의 넓은 멍이었다. 이마와 뒤통수에 혈종이 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머리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결론내렸다.

이씨는 재판과정 내내 전 남편과의 이혼, 아이 유산 등을 주장하며 범행 당시 자신이 심신미약에 준하는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자녀를 보호해야 할 친모가 방어능력이 전혀 없는 딸을 둔기로 폭행하고 영하의 날씨에 세탁기에 집어넣는 등 훈육이라고 볼 수 없는 학대를 저질렀으며, 의식을 잃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서도 119에 신고하지 않아 목숨을 잃게 했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인 징역10년보다 높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이씨는 항소했고, 재판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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