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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채용’… 탈석유화 -저유가 시대, 중동 산유국의 고용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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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채용’… 탈석유화 -저유가 시대, 중동 산유국의 고용 프로젝트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입력 2019-11-21 03:00수정 2019-11-2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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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사우디, 단순 서비스직 자국민 뽑아… UAE도 정부 감독직 90% 채울 예정
사라지는 재정지원과 복지혜택… 외국 기업-주변국에 부담 떠넘겨
중동 산유국들은 재정 부담을 줄이고,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자국민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도록 독려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올해 3월 열린 직업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아랍에미리트인들(왼쪽 사진)과 과거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일했던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일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달라진 현실을 보여준다. 리야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사진 출처 걸프뉴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대형 쇼핑몰인 ‘리야드 파크’. 카르푸 슈퍼마켓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눈에 띄는 것은 직원 대부분이 사우디인이라는 점. 걸프지역 아랍 여성의 전통 의상으로 목 아래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 천인 아바야, 눈만 노출시키는 얼굴 가리개인 니깝을 쓴 사우디 여성들이 계산대와 베이커리 코너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우디인은 쇼핑몰은 물론이고 공항 등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우디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 카운터에서 티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이나 안내 데스크 담당자도 모두 현지인이었다.

한국에서야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동 산유국에선 서비스업에 현지인을 고용하는 일은 드물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같은 주변 국가에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일 정도다. 이들 나라에서는 필리핀, 네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단순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자국민은 대부분 정부 부처, 공기업, 외국계 기업 등에서 근무한다. 일부는 일하지 않고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생활한다.



사우디도 과거엔 주변국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국민 일자리 확대는 관광 개방, 여성 운전 및 해외여행 허용 등 최근 개혁 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사우디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상이 됐다. 사우디는 왜 다른 산유국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자국민 고용 확대에 나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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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금 대신 일자리를 주는 시대

인구가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사우디 인구는 약 3300만 명이며 이 중 자국민은 2200만∼2400만 명에 이른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도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즉, 사우디에선 UAE, 카타르 등 인구가 적지만 석유 및 천연자원이 풍부한 주변국처럼 자국민들에게 풍부하게 재정 지원을 하는 이른바 ‘포퓰리즘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사우디 등 걸프국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외교 소식통은 “사우디는 2011년 ‘아랍의 봄’(아랍권 민주화 운동) 움직임이 확산될 때 국민의 동요를 막기 위해 한동안 다양한 명목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계속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셰일가스의 대규모 생산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저유가 추세는 사우디 같은 전통적인 산유국의 재정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자국민 고용에 공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현지 유명 호텔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 오마르 씨는 “과거에는 고유가 덕분에 정부가 주기적으로 국민에게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세대에서는 기대하기 힘들고 그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다는 게 솔직히 실감도 안 난다”고 말했다.

‘비밀주의’를 선호해온 사우디 왕실이 우려 속에서도 ‘왕실 금고’ 역할을 해온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도 정부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부족한 재정 문제는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 ‘비전 2030’을 통해 탈(脫)석유 전략과 자국민 일자리 늘리기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민간 부문의 자국민 비율 높이기

사우디 정부가 얼마나 일자리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지는 이 나라의 ‘사우디제이션(Saudization·사우디 국민 채용)’에서도 나타난다. 정부 부처와 아람코 같은 국영기업은 오래전부터 전 직원을 사우디인으로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올해 초 경제금융 매체인 ‘글로벌 파이낸스’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 공공 부문 인력 중 약 95%가 사우디 출신이다. 은행과 통신회사처럼 공공성이 강조되는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인력 역시 약 90%가 사우디인이다.

아람코의 사우디인 직원은 전체의 80% 정도다. 국영기업치고는 상대적으로 자국인 직원 비율이 낮은 편이다. 이는 사우디가 현재 첨단 과학기술 분야 인력 수급을 외국인들로 채우는 것과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민간기업도 사우디제이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현지 영문매체인 ‘사우디 가제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사우디 노동사회개발부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발주로 생기는 일자리 중 △안전 △정보기술(IT) △행정지원 등과 관련된 관리·감독직은 사우디 국민이 100% 담당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정부 및 공공기관 발주 일자리 중 △전기 △기계 △장비 △토목 등 분야의 관리·감독직 역시 40%를 사우디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건설업에서도 15∼20% 정도는 사우디 인력을 써야 한다. 현지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교민은 “6, 7년 전부터 사우디제이션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도 사우디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UAE 등 주변국도 자국민 일자리 확대 중

사우디보다는 덜 절박하지만 UAE와 카타르 같은 나라들도 각각 에미리티제이션(Emiritization)과 카타리제이션(Qatarization)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UAE는 5년 안에 정부기관 관리·감독직의 90% 이상을 자국민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현지 매체 ‘더내셔널’에 따르면 민간 부문의 자국민 채용 비율도 상승세다. 과거에는 UAE 내 50인 이상 고용 기업의 경우 2%만 자국민을 채용해도 괜찮았지만 최근에는 그 비율이 은행 4%, 보험회사 5% 등으로 오르고 있다.

에미리티제이션을 강조하는 최고지도자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더내셔널에 따르면 UAE의 부통령 겸 국무총리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 국왕은 “에미리티제이션 비율을 못 맞추는 기업들은 UAE 정부에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우리는 에미리티제이션 관련 연간 지표를 만들고, 이를 잘 지원하는 이들에게는 눈에 띄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UAE의 적극적인 자국민 채용 움직임은 10년 전 발생했던 ‘두바이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두바이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받아가며 근무했던 미국과 유럽 출신 금융전문 인력 중 일부는 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회사를 옮기고, 두바이를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적 위기는 더 심화됐고 ‘모럴해저드’ 논란이 일었다.

당시 UAE에서 근무했던 국내 기업 관계자는 “에미리티(UAE 사람), 나아가 주변 산유국 국민들에게 두바이 금융위기는 ‘외국인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줬다”며 “산유국의 자국민 우선 채용 전략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외국 기업, 주변국에 부담 전가 확대

부작용도 있다. 사우디와 UAE 같은 산유국이 강조하는 자국민 채용 확대 의지에 비해 이 나라의 인력 수준 자체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중동 산유국은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낮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진학과 취업을 하는 문화적 전통도 약하다. 그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우디와 UAE 같은 나라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해당국 국민을 채용해 간단한 업무만 시키고 주요 업무를 맡기기 위해 외국인을 추가 고용하기도 한다. 외국 기업 사이에서는 ‘자국민 채용 규정이 가장 큰 규제’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기술 분야는 사우디 인력 수준이 서비스업에 비해 더욱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사우디제이션이 강조될수록 제조업이나 기술 기반 기업이 사우디에서 활동하는 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산유국의 자국민 채용 확대 바람이 주변국과의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처럼 가난한 비(非)산유국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으로 가는 인력이 많다. 이들이 송금하는 돈이 비산유국 경제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이 때문에 최근 카타르와 UAE에서 일자리를 찾다 실패한 이집트인 무스타파 씨는 “산유국들이 자국민 채용을 늘릴수록 가난한 이웃 국가 인력의 일자리와 수입은 줄어들 것”이라며 “산유국과 비산유국 간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리야드에서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아람코#자국민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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