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 협약 30주년, “맞아도 되는 아동은 없다”

  • 동아경제
  • 입력 2019년 11월 19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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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아동폭력 종식을 위한 국가 차원의 7가지 대책 권고

올해 11월 20일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만들어진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자 유엔이 지정한 ‘세계 어린이날’이다. 지난 1989년 유엔 총회는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총 54개의 조항에 담은 아동권리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또한 1991년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고 지속적으로 아동복지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아동에 대한 보호체계를 마련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5년 간 전국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점점 늘어나 지난 해 2만4,604건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학대 아동 신고 건수 중 78.6%가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는 아동 보호체계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5월과 9월에는 가정 폭력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분리돼 보호받던 아동이 집으로 복귀 처분을 받은 후 재학대를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최근 관련 법 체제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지난 유엔아동권리협약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7월 ‘아동폭력 종식을 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멕시코, 페루 등 아동 폭력 종식 협약에 참여한 20개 국가의 법률과 시스템을 검토하고 2030년까지 국가 차원에서 실행돼야 할 법률 및 시스템 7개 사안을 제언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보고서의 최우선 권고 사항인 ‘모든 형태의 아동 폭력 금지’를 보면, 체벌 역시 아동 폭력의 일종으로 보고 이를 정부가 법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 스웨덴을 비롯한 전세계 56개 국가에서는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지 않도록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을 손보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제도화 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가족 내 체벌이 허용될 수 있는 민법915조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 조항이 존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떼를 써서”, “교육을 위해” 등 아동 학대 가해자인 부모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변명이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인천 미추홀에서 계부의 폭력으로 보호시설로부터 가정으로 복귀했던 아동의 사망사건으로 ‘친권자 징계권’의 조속한 삭제 요청이 아동 관련 NGO단체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0월 7일,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은 가정 내 아동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월드비전은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친권자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 ‘체인지915’ 서명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Change 915(체인지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라는 이름의 캠페인은 아이들이 안전한 가정과 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 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과 친권자 징계권 조항의 삭제 운동으로 이를 위해 국민들이 서명에 동참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개설됐다. 11월 14일 기준 총 5,967명이 서명에 참여했으며 모인 서명은 징계권 조항 삭제를 위해 국회와 보건복지부, 법무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민법915조의 삭제 등의 법개정을 통해 아동 체벌에 관대한 사회 인식 전환과아동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라며 “아동 관련 단체들은 아동을 단순한 양육 대상이 아닌 생존권·발달권·참여권·보호권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도록 패러다임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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