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유럽 배구리그의 중단과 공인구 결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1월 18일 1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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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OVO
사진제공 | KOVO
유럽의 모든 배구리그가 이번 겨울 시즌에 2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첫 번째는 리그 중단이다. 올림픽 최종예선전을 앞두고 각국 대표선수들이 소집되는 때에 맞춰 리그를 쉰다. 최근 다우디 오켈로를 영입하려고 터키와 그리스를 다녀온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도 이를 확인해줬다. “지금 유럽 배구계는 올림픽 최종예선전을 위해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터키리그의 김연경도 우리 대표팀의 일정에 맞춰 합류할 길이 생겼다. 터키리그는 12개 팀이 팀당 22경기를 소화하는데 11월30일부터 리그를 중단한다. 김연경이 속한 엑자시바시는 월드클럽챔피언십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일정이 12월에도 있다. 월드클럽챔피언십은 국제배구연맹(FIVB),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유럽배구연맹(CEV)이 각각 주관한다. 이 경기를 마치고 귀국해야 한다. V리그도 여자대표팀의 12월22일 소집을 앞두고 12월20일부터 리그를 중단한다.

유럽배구의 겨울시즌이 중단되는 것은 FIVB 탓이다. 그동안은 각국의 리그가 10월부터 시작해 다음해 4월까지 벌어지고 5월부터는 FIVB가 주관하는 국제대회가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관례를 FIVB가 깼다. 각 대륙의 올림픽 최종예선전을 2020년 1월에 치르기로 정하면서 모든 나라의 리그 일정이 뒤따라 조정된 것이다. 경쟁국인 중국 태국 등도 리그시작을 아예 늦추거나 일정을 단축하는 등 도쿄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총력전 모드다.

V리그 남자부는 시즌중단 기간이 짧다. 대표팀이 올림픽 아시아대륙 최종예선전을 벌이는 1월5일부터 13일까지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의 결정 이 아쉽지만 그럴 속사정도 있다. 7개 구단 체제의 남자는 6개 팀의 여자보다 팀 숫자가 많고 홀수여서 일정을 짜기가 복잡하다. 시즌을 오래 중단할 경우 리그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지금 여자부도 일정중단 때문에 경기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 선수들의 부상 우려도 있다.

V리그는 모든 경기를 생중계 한다는 대원칙이 있는데 프로야구 시즌을 피하고 봄 배구를 다음시즌 프로야구 개막 전에 끝내야하기에 무리하고 있다. 경기 숫자를 줄이면 중계권 계약위반의 여지도 있어서 해결방법이 사실 없다.

유럽리그의 두 번째 중요한 결정사항은 공인구다. 그동안 유럽리그는 각 팀마다 쓰는 공이 달랐다. 많은 FIVB의 공인구 가운데 어느 제품이나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올림픽을 위해 일본제 미카사의 신제품을 공통으로 사용한다. 9월 월드컵 때부터 사용됐다. 올림픽 최종예선전은 물론이고 도쿄올림픽 본선의 공인구다. 기존의 공보다 탄력성이 줄어 수비를 잘하는 일본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대한배구협회(KVA)도 최근 프로 13개 구단에 대표선수들의 훈련용으로 써달라고 10개씩 새로운 공을 보냈다.

물론 이 요청이 쉽게 받아들여질리 없다. 시즌이라는 전쟁을 치르는 팀들에게 공문 한 장 보내놓고 새 공으로 알아서 대표선수들만 따로 훈련시켜달라고 하면 누가 받아들일 것인가. KVA도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자각했다. 각 구단과 감독 대표선수들에게 숙제를 떠넘기지 않고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KOVO에 올림픽 최종예선전까지만 공인구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했다. 물론 최종결정은 KOVO가 내리겠지만 계약을 맺은 국산브랜드 스타의 양보가 선결되어야 한다. 스타는 V리그 출범 이후 계속 공을 공급해왔다. 한시적이라도 다른 제품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스타와 KOVO가 먼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또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을 내려야 성사된다. KVA도 스타가 희생한 만큼 반대급부로 도움을 줄 방법을 내놓아야 일이 풀릴 수 있다. 한국배구를 위해 이번만은 스타가 대승적 차원에서 한 발 양보를 해줬으면 한다. 팬들도 그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공인구 교체는 현장의 찬성도 필요하다. 다행히 프로팀 감독들은 올림픽 본선진출이 대한민국 배구팬들의 염원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전폭적으로 돕겠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KOVO와 KVA, 프로팀 감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타가 마음을 열면 조금이라도 대표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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