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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시애틀, 기네스와 더블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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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시애틀, 기네스와 더블린[DBR]

박정준 EZION GLOBAL 대표 입력 2019-11-18 03:00수정 2019-1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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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작가 제공

필자가 시애틀에 정착해 산 지 스무 해가 됐다. 이따금 한국을 방문할 때 선물을 준비해 가는데,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가장 호응이 좋은 물건은 바로 스타벅스 리저브 1호점에서 파는 텀블러와 머그잔이다. 시애틀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매장 수로만 본다면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보유한 도시는 사실 서울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보고 서울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스타벅스 하면 시애틀, 시애틀 하면 스타벅스가 떠오른다.

스타벅스가 시애틀에 주는 이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엄청난 세금을 납부한다. 또 유명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스타벅스 1호점(1971년 개장)과 매장 안에 커피 공장까지 갖춘 스타벅스 리저브 1호점은 시애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다. 관광객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시작한 일개 로컬 커피숍이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체인으로 성장한, 반세기에 걸친 놀라운 스토리를 두 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에 퍼져 있는 3만여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시애틀이란 도시 브랜드를 시시각각 홍보하고 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도 스타벅스처럼 도시 브랜드를 알리는 기업이 있다. 기네스다. 더블린이 가장 자랑하는 흑맥주 기네스는 독특한 커피 향과 깊은 색, 그리고 부드러운 거품으로 유명하다. 또 1759년 아서 기네스가 버려진 양조장 건물을 9000년간 헐값으로 임대 계약하며 창업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현재 더블린 시내에는 ‘기네스 스토어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옥상 전망대에서의 맥주 시식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과 쇼핑을 할 수 있는 복합 관광 공간이다. 7층짜리 건물인데 피크시간대 입장료가 25유로(약 3만2000원)나 된다. 마치 대형 박물관이나 놀이동산을 연상시키는 매표소와 입구를 지나면 기네스 로고가 박힌 초콜릿부터 골프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매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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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지역 특산품 하면 사과나 귤처럼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1차 산업 농축산물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커피 한 톨도 나지 않는 시애틀에서는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음료, 또 더블린에서는 기네스를 비롯한 여러 맥주 제품이 지역 특산품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의 도시와 그 안에서 성장한 기업은 이렇게 굉장한 선순환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스타벅스를 통해 커피로 유명해진 시애틀에는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모이고, 그로 인해 커피 산업이 더 발전하고 있다. 더블린과 기네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길이가 10블록에 달하는 더블린 중심의 템플바 지역에서는 밤새도록 흥겨운 전통음악이 울리는 맥주 축제가 연중무휴 펼쳐진다. 사람이 커피와 맥주만 마시고 사는 것이 아니니 주변의 다른 상점들과 다른 산업들도 덩달아 활기를 띤다.

스타벅스와 기네스는 각기 하나의 도시에서 시작했지만 그곳의 골목대장이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라는 더 큰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도시 전체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또 시애틀 사람들과 더블린 사람들도 스타벅스와 기네스를 찍어 눌러야 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자랑거리로 생각한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BTS가 세계에 케이팝이라는 장르 전체를 알리는 것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심정과 마찬가지다.

이제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그 나라나 도시의 이름이 적힌 열쇠고리 같은 것을 선물로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리 도시에 디자인을 입히려 노력하고 도시를 상징하는 로고나 문구를 만들어도, 결국 도시의 진짜 브랜드는 도시 자체보다는 그 도시가 탄생시킨 세계적인 상품, 그리고 그 상품이 담고 있는 가공되지 않은 스토리와 이미지에서 탄생한다.

시애틀과 더블린은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과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매력적인 도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어떤 기업이 너무 잘나간다고 해서 그 기업을 짓누르고 끌어내리기보다는 응원해주고 서로의 빈틈을 채워줄 때, 도시, 나아가서는 나라라는 하나의 팀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 원고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4호에 실린 글 ‘스타벅스와 기네스가 만든 도시 브랜드’를 요약한 것입니다.

박정준 EZION GLOBAL 대표 jj@ezion-global.com
#스타벅스#시애틀#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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