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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받은 아이들, 주변에도 폭력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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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받은 아이들, 주변에도 폭력행사”

박성민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19-11-18 03:00수정 2019-11-18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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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마음까지 멍들게하는 ‘회초리’… 잘되라고 ‘사랑의 매’ 든다지만
아이들은 “억울… 감정적 체벌”, “뇌 발달 막고 반사회적 성향 키워”
스웨덴 등 54개국 “자녀 체벌 금지”… 한국도 징계권 논란 민법 개정 추진
세 살 딸 때려 숨지게 한 미혼모 구속 세 살배기 딸을 빗자루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미혼모 A 씨(23)가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 씨를 이날 구속했다. 인천=뉴스1
김모 군(12·경북 포항시)은 2년 전 겪은 일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아버지는 공부를 안 한다는 이유로 김 군을 외딴 마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2시간 거리인 집까지 혼자 걸어오게 시켰다. 오후 10시 가까운 시간이라 막차도 끊긴 때였다. 그 후로도 김 군의 집에서는 고성과 폭행이 반복됐다. 지켜보다 못한 이웃들은 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김 군은 “얼마나 잘못해야 벌을 받는지 모르는 게 가장 싫었다”고 말했다.

자녀를 체벌하는 부모들은 “내 자식 잘되라고 매를 드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경우가 많다. 자녀의 말과 행동을 고친다는 명목 아래 그저 빠르고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17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 학대 예방 주간(19∼25일)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부모의 절반가량(50.3%)이 ‘체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10명 중 3명(29.2%)은 여전히 ‘대화보다 체벌이 효과적’이라고 믿었다.

문제는 체벌이 ‘훈육’에 그치지 않고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구에서 아들(3)의 머리를 벽에 부딪쳐 숨지게 한 아버지는 “싸우는 걸 훈계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15일에는 인천에서 20대 미혼모가 딸(3)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빗자루와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체벌이 가져오는 ‘폭력의 대물림’을 우려했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안지현 팀장은 “체벌하는 부모의 상당수는 ‘나도 그렇게 자랐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아동이 동생을 상대로 부모의 체벌을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체벌은 득보다 실이 큰 훈육법으로 여겨진다. 2016년 미국 텍사스대 엘리자베스 거쇼프 교수는 체벌의 효과와 관련해 1961∼2013년 진행된 111건의 연구를 분석했다. 유의미한 79건의 연구 중 78건에서 체벌이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을 받는 아동일수록 인지 능력과 자존감이 낮고,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소아과학회도 “체벌은 아동의 뇌 발달을 저하시킨다”며 체벌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현재 스웨덴 등 54개국이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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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체벌 금지를 위해 민법 915조 개정을 추진 중이다. 체벌을 정상적인 징계(훈육)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규정하는 것이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위은지 기자
#자녀 체벌#아동 학대#회초리#훈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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