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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은 ‘예고된 인재’… 물 주입 멈췄다면 지진 확률 낮췄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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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은 ‘예고된 인재’… 물 주입 멈췄다면 지진 확률 낮췄을 것”

장영훈 기자 , 명민준 기자 입력 2019-11-18 03:00수정 2019-11-18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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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지진 지열발전 연구단’ 포항지진 2주년 심포지엄서 제기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포항지진 2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주요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포항시 제공
“10차례 이상 전조(前兆)를 무시한 인재였다.”

“지열발전 개발을 멈췄다면 지진 확률은 크게 낮아졌을 것이다.”

경북 포항지진 2년을 맞아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이 15일 서울 중구 소월로 밀레니엄힐튼호텔 대연회장에서 개최한 ‘무시된 경고음과 교훈’ 심포지엄에서 나온 새로운 주장들이다.


이날 공동연구단은 그동안 축적한 포항지진 연구결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지열발전 개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규명해 같은 지진 재난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학술대회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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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도시 인근에서 지열발전을 이유로 대규모 단층대에 거의 직접적으로 물을 주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과 본진(本震) 발생 전에 여러 경고 전조가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연구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심포지엄에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에 촉발됐다는 것을 과학적 근거로 증명하는 데 기여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이준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여인욱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단장을 맡았던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연구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해외 연사로는 유발지진의 개념을 정립한 세르게이 샤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지구물리학과 교수와 시마모토 도시히코(嶋本利彦) 일본 교토(京都)대 이학연구대학원 명예교수, 데라카와 도시코(寺川壽子) 나고야(名古屋)대 환경연구대학원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2015년 이전엔 포항에 지진기록 없어



이강근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소 주입정 사이에 대규모 단층이 존재하며 주입된 유체(물)에 의해 시간이 가면서 규모가 커지는 유발지진이 일어났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효율을 위해 지하 암반에 물을 주입하는 ‘수리자극’과 관계없이 자연적인 현상으로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5년 이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기록은 없다. 지열발전 시험을 시작한 2016년 이후 지진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여인욱 교수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5차례의 수리자극이 있었다. 수리자극을 위한 투입관은 단층을 통과했으므로 물 주입으로 인한 지진이 맞다. 여러 개의 단층이 무너지면서 진흙층이 침투하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열발전 과정에서 주입된 물의 양이 암석 내 압력을 최대 300kPa(킬로파스칼)까지 증가시켜 지진을 유발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대도시 지열발전 개발은 매우 위험

시마모토 교수는 “대도시 인근에서 대규모 단층대에 거의 직접적으로 물을 주입한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포항지진은 유체 주입으로 인한 지진 발생 과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가 부지 선정에 대해서 고민했는지, 지진 발생 전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주변 지질의 특성에 대해 고려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구체적인 연구결과도 내놨다. 그는 “3800m 지점에서 주입정 유체 유출이 심각했다. 해당 지점의 진흙들이 함께 빠져나갔다. 나무 조각과 조개 껍데기 등만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지열 개발에는 지진 및 지질 자료 분석이 매우 중요한데도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사업에는 관련 학자가 참여하지 않은 채 공학적인 것만 강조된 것이 큰 문제였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였지만 외부 전문가 어느 누구에게도 공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지진 막을 기회는 있었다”


세르게이 샤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가 15일 포항지진 2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지열발전 개발과 지진 확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샤피로 교수는 “본진에 앞서 발생한 진도 2 이상의 두 차례 지진 때 유체 주입을 멈췄다면 대형 지진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에 따르면 유체 주입의 양이 늘어날수록 지진의 횟수와 강도도 비례해서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항지진 관련 자료를 검토해 보면 수리자극이 일반적인 임계점 이상의 지점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자극에 대한 신호가 오면 자극을 멈춰야 하는데 그 신호를 감지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샤피로 교수가 연구 분석한 결과 2016년 12월 23일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 주입을 멈췄으면 포항지진 발생 확률은 1%, 2017년 4월 15일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 주입을 멈췄으면 포항지진 발생 확률은 3%로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샤피로 교수는 “포항지열발전 실증연구 과정에서 실시간 모니터링과 3차원 지진 분석 등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큰 지진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포항 지역의 지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자료를 이용한 추가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광희 교수는 “포항은 지열발전소 전국 후보지 가운데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지열이 높고 배후 전력 사용 시장이 크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진의 위험성과 위해성에 대한 분석이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열발전소 운영 전인 2015년 주입정을 통해 지하 3800m 부근에 주입된 물의 상당 부분이 유실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규모 0.86 지진이 발생했다. 시추 당시에 이런 부분을 알았다면 포항 지역의 지질 특수성을 감안해 가동을 다시 고려했어야 한다. 사전에 일정 규모의 지진 발생 시 작업을 중단하는 ‘신호등 체계’가 재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포항지진은 수리자극으로 인해 10차례 발생한 규모 3.0 미만 미소지진(微小地震)의 경고를 무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고 역설했다.

○ 지진 위험 감소했지만 모니터링 강화해야


강태섭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 인근에 지진계 23대를 설치해 여진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강 교수는 “여진 발생 횟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해 향후 지진 발생 위험도 낮아질 것으로 본다. 다만 부지의 안정성을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교수는 “포항지진은 움직이기 쉬운 단층대에 직접 물을 주입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포항지진의 단층은 1개의 주 분절과 4개의 부수 분절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구조다. 이 분절들이 11·15 지진 후 1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전파(성장)했다. 앞으로도 단층대에 유체가 직접 주입되면 작은 양으로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앞으로 다시는 포항지진과 같은 불행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내외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민관의 현명한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jang@donga.com·명민준 기자
#포항지진#2주년 심포지엄#11·15지진 지열발전 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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