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톨게이트 노조, 道公 점거 70일째…주민 불편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7일 2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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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6시경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도공) 본사 지하주차장 출입구로 직원들이 삼삼오오 빠져나왔다. 퇴근길이다. 입구에서는 경찰들이 사람들을 살폈다. 평소 드나들던 출입문은 셔터가 굳게 내려져있다. 도공 여자 배구단이 숙소와 훈련에 사용하는 체육관 건물 1층 일부 공간에는 텐트들이 쳐져 있다. 선수들은 체육관 후문으로만 출입했다. 주민에게 개방되던 사내 수영장도 문이 닫혔다. 사내 어린이집 문 앞에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다”는 종이가 붙었다.

해고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도공 본사 점거농성이 17일 70일째를 맞았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의 중재로 사측과 합의해 농성을 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달리 민노총 조합원 약 130명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올 9월 9일 본사를 기습 점거한 이래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앞서 도로공사는 지난해 9월 여러 용역업체 소속이던 요금수납원들을 한국도로공사서비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은 약 1400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소속 업체별로 도공을 상대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다투는 소송을 냈다. 이중 최소 1심에서 승소한 해고자 약 500명은 올해 직접고용됐다.

나머지 900여 명 중 한국노총 소속 450여 명은 지난달 “1심에서 승소하면 도공이 직접고용한다”는 민주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임시고용되면서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민노총 측은 당장 직접고용 하라며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주민 불편은 커지고 있다. 아이가 도공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김모 씨(36·여)는 “아이를 등원시킬 때 농성장을 피해 본사 돌담을 넘는 사람이 많아지자 도공 측에서 간이계단을 만들었다”며 “한동안 외부활동도 못 해 아이가 많이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도공 측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면담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선 양측의 이견이 커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합의까지 이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천=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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