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비싼 기업’ 사우디 아람코 공모가 제시…IPO절차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7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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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17일 상장 지분 목표 공모가와 기업 가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및 상장 작업에 들어갔다.

아람코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목표 공모가를 30~32리얄(8~8.53달러·9335~9958원)로 제시했고, 우선 사우디 주식시장(타다울)에 전체 지분의 1.5%인 30만 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이 지분에 목표 공모가를 적용할 경우 아람코는 타다울 상장을 통해 최대 약 256억 달러(약 29조8752억 원)를 마련할 수 있다. 2014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최대 기록을 세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공모가(250억 달러·29조1750억 원)를 앞서는 액수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람코는 그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자사의 기업 가치는 1조6000억~1조7000억 달러(약 1867조2000억 원~1983조9000억 원)로 추산했다. 사우디의 실세이며, 아람코 IPO와 상장을 지휘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장해온 2조 달러(약 2334조 원)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주장해 온 1조2000억~1조5000억 달러(약 1400조4000억~1750조5000억 원) 보다는 여전히 높은 액수다. 아람코는 이달 28일까지 개인투자자 청약을 받고 다음달 4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모집할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무함마드 왕세자가 중심이 돼 추진 중인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 ‘비전 2030’의 주요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을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다각화와 메가시티 개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우디 안팎에서는 아람코 상장과 비전 2030 프로젝트 투자가 적합한 경제발전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세부 계획 부족 △사우디 부유층에 대한 강압적인 투자 요구 △정책 불확실성 △안보 불안 등은 문제로 여겨진다.

특히 사우디 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은 신뢰와 안정성이 생명인 금융시장에서 큰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는 당초 총 5%의 지분을 타다울과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날 발표에선 해외 증시 상장 계획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해에도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IPO와 상장을 추진하다 갑자기 중단을 선언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사우디 경제와 아람코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뜨겁지만 해외 기업과 투자가들의 사우디 당국의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 역시 항상 존재한다”며 “사우디 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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