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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도 사과도 없었다”…광주 클럽 사고 피해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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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도 사과도 없었다”…광주 클럽 사고 피해자의 눈물

뉴스1입력 2019-11-17 09:02수정 2019-11-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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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어떤 보상과 사과도 없이 모두에게 잊혀가는 현실이 너무 힘듭니다.”

광주 클럽 붕괴 사고 당시 복층 구조물에 깔려 척추뼈 6개가 골절된 피해자 A씨의 어머니 김모씨(54)의 말이다.

불법으로 증·개축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3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클럽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여가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법의 허점에서 고통받고 있다.


구조물에 깔렸던 김씨의 딸은 사고 당시 무너져내린 불법 증축물 바로 아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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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무언가에 짓눌렸고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구조물에 깔려 피투성이가 된 것까지 목격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A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당시는 척추뼈가 6개나 골절됐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피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구조는 늦어졌다.

김씨는 “딸이 갑자기 전화 와서 ‘엄마 건물이 무너져서 깔렸어. 그런데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라고 하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왜 119에 전화 안 하고 엄마에게 전화했느냐고 다그치니까 ‘119가 왔는데 피 나는 사람들 구조하느라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아’라고 하는데 정말 큰일이 났구나 싶어 앞이 깜깜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구조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처음에 척추뼈 3개가 골절됐다고 했지만,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으니 척추뼈 6개가 골절돼 그날부터 12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입원하는 동안 일도 하지 못해 금전적인 부담도 심했지만 정신적인 피해가 더 컸다. 무엇보다 A씨는 피해자였고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클럽에서 난 사고’라는 이유로 혹시나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까 봐 어디에도 하소연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두 명이 죽고 수십 명이 피를 흘리며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A씨가 병원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더 심해져 갔다.

A씨는 현재 퇴원했지만, 여전히 대학병원 신경외과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며 정신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딸이 통증 때문에 신음을 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는 김씨는 그래도 가장 힘든 것은 “모두의 무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는 시장, 구청장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나간 외국인 선수들을 찾아 사과하고 위로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어떤 사과, 보상, 위로도 없었다. 단 한 명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해자 역시 단 한 차례도 연락이 없다가 구속된 후에야 불구속 된 업주가 찾아와 사과 대신 합의를 요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망자와 경상자들 대부분 ‘추후 어떤 이의제기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유장애까지 안고 살아가야 하는 중상 환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는데 그런 조건으로 어떻게 함부로 합의하나”라며 눈물 지었다.

김씨 이외에도 목뼈가 부러져 핀을 삽입했다는 또 다른 중상환자도 합의하지 못했고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업주 3명 중 2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는 상황으로 형사 합의를 떠나 민사소송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김씨는 “불구속 된 업주가 찾아와 클럽 건물이 불법 증축물이라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며 합의를 해달라며 터무니없는 액수를 말했다. 척추뼈를 다쳐 임신을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평생 통증을 안고 살아야할 지경인데 사과 한 마디없이 합의를 해달라는 가해자에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건 개인적인 문제, 단순히 치료비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며 “지금같은 상황에선 언제 또 우리 딸 같은 사람들이 나올 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불법으로 구조물을 증·개축한 업주들과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안전관리대행업체 관계자까지 재판을 받고 있지만 왜 그 안전을 방치한 지자체는 아무 답변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대행업체에 관리·점검을 맡겼다고 해도 그 관리를 소홀히 한 행정기관은 쏙 빠져나가고 아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현 상황이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우리 딸의 사례가 나쁜 선례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누구나 어딘가에서 불법 구조물로 사고를 당할 수 있지만 ‘불법을 저지른 업주와 업체 잘못이니 거기서 해결해라’라고 해버리면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들은 항상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11월 초 재판 전에 찾아왔던 업주 관계자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김씨는 “딸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매일 봐야 하는 것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누가, 어떻게,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하물며 어디에서 그런 것을 물어볼 수 있는지조차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현실이 더 아프다”라며 눈물 지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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