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어린이 환자도? 공포에 질린 중국…베이징 병원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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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중국 베이징(大北) 시내 쉔우(宣武)병원. 보안요원 2명이 마스크를 쓴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들은 병원을 찾은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오늘은 소독을 하고 있다. 내일 진료가 가능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통제와 소독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13일 아동병원에서 흑사병(페스트) 환자가 발생해 저녁에 쉔우병원을 거쳐 디탄(地壇)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네이멍구(內蒙古) 시린궈러(錫林郭勒) 출신 부부가 베이징에서 12일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민들이 공포에 빠진 상황이었다. 중국 언론은 단순 루머로 취급했지만 쉔우병원에서 실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시민들의 우려가 확산되자 베이징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밤 늦게 “이미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2명 외에 흑사병과 비슷한 증세를 호소한 환자 2명이 추가로 쉔우병원과 아동병원에서 진료 받았다”고 밝혔다. 네이멍구 어얼둬쓰(鄂爾多斯)시 출신 환자 2명에 대해 전문가팀을 구성해 종합적인 진단을 진행한 뒤 흑사병 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격리 관찰 조치를 해제했다는 것이다. 어얼둬쓰는 시린궈뤄에서 약 714㎞ 떨어져 있다.

위원회는 “베이징에서 흑사병 추가 발병자가 없고 확진 환자와 가까이서 접촉한 사람들도 발열 등 이상 증세가 없다”고도 선을 그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내부적으로는 추가 발병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밤 트위터에는 베이징 북부 창핑(昌平)구의 한 민생보장판공실이 산하 주민위원회에 보낸 ‘흑사병 환자 일반 접촉자 추적 협조’란 통지문이 올라왔다. “흑사병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이 지역에 사는데 연락이 닿지 않으니 찾는 걸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당국이 확진 환자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 조사와 격리 조치를 끝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인민대병원에는 “10일 이내에 칭하이(靑海)성 간쑤(甘肅)성 네이멍구 초원 목축지를 간 적 있는지, 흑사병 확진 판정이 나온 베이징차오양(朝陽)병원 응급과에서 3~5일 진료 받는 적 있는지 진료 전에 알려달라”는 안내문도 등장했다. 네이멍구뿐 아니라 칭하이성, 간쑤성에서도 흑사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간쑤성에서는 올해 9월 흑사병 환자가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질병예방통제센터 관계자를 인용해 “확진 환자의 주거지가 있는 지역의 동물들에서 8월 14일, 17일, 20일, 25일 연속해서 흑사병균 12주(株)가 발견됐다”며 “흑사병 전파 위험이 비교적 높다는 걸 뜻한다. 중국 북부, 특히 흑사병 발생지 지역에서 사람에 대한 흑사병 전염 위험이 다소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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