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에게 희망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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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순수 민간단체로 10년째 후원
회원 500여명 기부금으로 운영… 치료비 보조-심리치료 등 병행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가 개설한 희망 웰니스센터에서 소아암 어린이들이 정서 발달과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요리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제공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가 개설한 희망 웰니스센터에서 소아암 어린이들이 정서 발달과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요리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제공
12일 오후 ‘사랑이 희망으로’라는 이름의 자선음악회가 열린 광주 남구 구동 빛고을시민문화관. 2부 공연이 시작되자 1급 시각장애인 정모 씨(23)가 스태프의 도움을 받으며 무대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유명 뮤지컬 가수와 성악가, 국악 명창이 출연하는 공연에 뜻밖에도 시각장애인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이 술렁였다. 정 씨는 50인조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반주에 맞춰 트로트 가요 ‘내 사랑 유리’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 최영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이사장(62)이 깜짝 출연한 정 씨를 소개했다. 정 씨는 열 살 때 뇌종양 진단을 받고 3년여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항암 후유증으로 시각을 잃었다. 최 이사장이 정 씨에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었다. 정 씨는 “비록 앞을 볼 수 없지만 트로트 가수가 돼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관객들은 소아암을 극복했지만 안타깝게도 시력을 잃은 정 씨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소아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음악으로 위로하는 자리였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가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음악회에는 그동안 도움을 준 후원자들도 함께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는 소아암 어린이들이 미래의 주인공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순수 민간단체다. 생명 존중과 이웃 사랑의 복지공동체를 꿈꾸며 달려온 지 올해로 10년째다. 현재 지회를 후원하는 회원은 500여 명. 외부 지원 없이 회원들이 매달 1만∼2만 원씩 내는 기부금으로 지회를 꾸려가고 있다.

국내에서 백혈병을 포함한 소아암은 인구 10만 명당 15명꼴로 발병하고 있다. 광주 전남에서만 해마다 50여 명이 소아암 진단을 받고 있다. 완치율이 80% 이상으로 높아졌으나 완치 판정자 10명 중 3명은 실명 등 후유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국가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고액의 치료비는 여전히 환자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월평균 소아암 치료비가 200만 원 수준이라 웬만한 가정 형편으로는 장기간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 지회에서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18명에게 치료 보조비로 매달 15만 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올 9월부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남지회 도움으로 전남의 환자 가정 10곳에 돌봄교사를 보내 치료에 따른 교육 결손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치유와 힐링 공간인 ‘희망 웰니스(웰빙+해피니스)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소아암에 걸린 아이와 부모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아 주기 위해서다. 매주 40여 명이 센터에서 진행하는 심리치료와 미술교육, 요리체험, 천연공예, 도예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사무국장(53)은 “치료에 따른 학업 공백으로 정서적, 심리적인 발달이 왜곡되거나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는 14평 남짓한 비좁은 곳이지만 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채워주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주는 성금 외에 각계에서 보내주는 후원금도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국제로타리 3710지구 무등로타리클럽이 280만 원을 기탁하고, 광주은행이 500만 원을 후원했다. 광산구 가로환경관리원들도 헌혈증 135장과 치료비 후원금 504만 원을 전달했다.

최영준 이사장은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이 하루빨리 병을 털어내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줘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백혈병#소아암#백혈병소아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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