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주의가 전쟁 불러” 트럼프 겨눈 마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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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빠진 파리평화포럼 개막연설… ‘유럽의 리더’ 야망 잇단 강성 발언
美주도 나토에 “뇌사상태” 비판도

“일방주의와 국수주의 확대는 전쟁을 야기할 뿐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12일(현지 시간) 열린 파리평화포럼 개막 연설에서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올해 2회째인 파리평화포럼은 ‘다보스포럼을 능가하는 국제포럼을 만들겠다’며 지난해 시작한 마크롱 정부의 대표적 행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국 이익주의에 빠진 미국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량 이민, 난민, 자원 부족,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인 문제를 다루려면 서로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국제 시스템이 없는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방주의는 위험하고 국수주의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평화가 오고 가난이 줄었지만 새로운 불평등이 나타나 폐쇄적 국가주의와 일방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성토한 셈이다.

이날 포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 30여 개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국에선 참석하지 않았다.

다른 참석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드러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일부 강대국들이 지나치게 일방주의적 행태를 보인다”며 “나의 비전은 분열된 세력을 화해시키는 유럽”이라고 말했다.

왕 부주석도 “일방주의, 보호주의, 포퓰리즘은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대화를 통해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거칠 것 없는 발언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최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차대전 후 미국 주도로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 “뇌사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런 그의 강성 발언은 2022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를 떠나려는 영국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은퇴를 앞둔 독일을 대신해 ‘프랑스가 유럽을 이끈다’는 외교 강국 이미지를 구축해 자국 내 지지율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파리평화포럼#마크롱#나토#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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