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못 줄 수도 있다”는 사장 말에 직장 관둔 직원들 ‘해고’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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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13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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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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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어려워져 모두를 책임지긴 어렵다’거나 ‘월급마저 지급을 못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내용의 고용주의 문자에 직장을 그만 둔 직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자진 사직’이 아닌 ‘해고’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 씨 등 2명이 식당 주인 B 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강원 원주에 있는 한 식당에서 근무했던 A 씨 등은 지난 2016년 11월 사장 B 씨로부터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더는 모두를 책임질 수 없다’며 ‘더 많은 급여를 주고, 더 일하기 좋은 곳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 씨 등은 이튿날 B 씨와 면담했고, B 씨는 이 자리에서 “더 나은 곳을 찾을 시간을 주겠다”며 “계속 가게에 남아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월급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이후로는 손님과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B 씨의 말에 A 씨 등은 식당을 바로 그만뒀다. 이후 해고예고수당을 달라고 B 씨에게 요구했지만, B 씨는 거절했다.

A 씨 등은 2016년 12월 고용노동부 산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B 씨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진정을 냈고, 소송까지 이어졌다.

1심은 “A 씨 등이 B 씨에 의해 해고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B 씨가 직원 중 그 누구에게도 명시적으로 ‘그만두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직원 일부를 해고하려는 의사가 있었을지라도 해고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며 해고예고수당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A 씨 등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B 씨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며 “B 씨로부터 문자메시지와 ‘근로를 하더라도 월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후 어쩔 수 없이 식당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원심 판단은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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