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도 가능한 ‘그물망 깁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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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문화를 바꾸는 따뜻한 의료기기] <3> 오픈캐스트
공기 잘 통해 냄새-가려움 없어… 실손보험 적용 환자부담 최소화

팔이나 다리뼈가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때 정형외과에서는 뼈가 아무는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흔히 석고로 고정시키는 캐스트(깁스) 치료를 한다. 골절이나 심각한 염좌, 인대 손상 등이 나으려면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다친 부위를 캐스트로 꽁꽁 싼 채 지내야 한다. 그동안 캐스트를 한 부위는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가려움증 같은 피부병을 유발하거나 물로 씻거나 할 수 없어 냄새가 날 뿐만 아니라 피부 괴사(壞死)나 욕창, 신경마비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 이런 문제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픈캐스트(그물망 캐스트)는 한국 기술로 세계 최초 개발됐다. 오픈캐스트 제조사인 FnA메디컬 한진환 이사에게서 오픈캐스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기존 석고 캐스트와 달리 그물망 처럼 뚫린 오픈캐스트 제조사인 FnA메디컬의 한진환 이사가 오픈캐스트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기존 석고 캐스트와 달리 그물망 처럼 뚫린 오픈캐스트 제조사인 FnA메디컬의 한진환 이사가 오픈캐스트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오픈캐스트의 원리는 무엇인가.

“오픈캐스트는 80∼90도 열을 가하면 부드럽게 변형시킬 수 있는 특수 플라스틱(열가소성복합수지)으로 만들어져 탈·부착이 쉽다. 기존 캐스트와 달리 그물망으로 돼 있어 공기가 잘 통하며 외부에서 눈으로 병변 부위를 쉽게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땀도 쉽게 증발돼 기존 캐스트를 했을 때 발생하는 냄새나 가려움, 갑갑함, 피부병 유발 가능성이 매우 낮다. 물놀이도 할 수 있다. 또 오픈캐스트는 안과 밖의 소재가 다르다. 피부가 닿는 안쪽은 피부 트러블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포(發泡)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푹신푹신하다.”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픈엠 박종칠 대표는 약 10년 전 자신의 손등이 골절돼 치료를 받다 캐스트가 너무 답답해서 괴로웠다고 한다. 이를 극복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오픈캐스트 개발을 시작했다. 전공이 화학소재 분야였던 박 대표는 8년간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제품을 개발했다. 오픈캐스트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줄 알았는데 되지 않아 이 문제 해결에 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럼 현재 환자의 비용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올 8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비용은 기존 캐스트보다 약간 비싸지만 그보다 장점이 많아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손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본인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 오픈캐스트는 서울아산병원, 고대안암병원, 제주대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제 갓 태어난 오픈캐스트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DDH(발육성고관절탈구)와 관련된 임상 이외에 정형외과를 벗어나 다른 과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오픈캐스트의 경쟁력을 계속 높여나갈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 동아#건강#병원문화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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